또 동백을 들였다.

너의 성취감

by 당이

또 동백나무 절지를 샀다.

이맘때면 몇 년째 같은 선택이다.

기다림이 전제된 녀석이라는 걸 알면서도.



동백은 성급하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동안

조용히 무언가를 준비한다.

건조하고, 빛이 적은 자리에 서서

피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다가

그러다 어느 날, 마치 “지금이다”라고

혼자 결정한 얼굴로 꽃봉오리가 터진다.

그리고 꽤 오래 활짝 웃어준다.


나는 그걸 보면서 희망을 잠시 품는다.
그리고 희한하게 묘한 질투도 느낀다.
녀석이 (아마도) 느낄 성취감에.


저렇게 말없이 해낸다는 것.
설명하지 않아도 결과로 증명되는 순간을 가진다는 것.


저 꽃이 피어 있는 동안만큼은
나도 언젠가의 나를 미리 믿어보게 된다.


녀석의 마지막도 좋다.

시들시들 흩어지지 않는다.

변명도, 미련도 없이

한 번에, 빡 떨어진다.

절도 있고, 깔끔하다.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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