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새로운 학부모님들을 만나서 아이들의 영어학습 상황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영락없이 겁나 쿨하고 너스레 좋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상담 후엔 나의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낸다.
진심 학원에 라꾸라꾸라도 하나 들여놓고 상담 끝나면 드러누워있고 싶다. 요즘엔 수업까지 병행하느라 체력이 방전 직전이다.
다른 학원의 원장님들과의 모임, 세미나, 발표 또한 학원 운영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인지라 역시나 외향인 인척 하며 열심히 참여하지만 모임 후엔 내가 촛농처럼 녹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모임에 이어지는 친목 형성을 위한 식사는 없던 스케줄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며 정말 아쉽다고, '다음에'꼭 같이 식사하고 싶다는 멘트를 날리며 재빨리 도망친다. 그놈의 '다음에'는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다. (낯선 사람과 밥 먹으면 나는 꼭 체한다 ㅠㅠ 체한 채로 출근해서 일할 자신이 없다.) 대체 난 왜 이모양인 걸까.
몇 년 전 진행했던 학원 세미나에서
나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정말 긴장되네요! 제가 사실 되게 내성적인 사람이거든요.'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웃었다. 아마도 그게 재밌는 유머쯤이라 생각했으리라.
진짠데.....
처음 만난 사람들과 큰 스트레스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오래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대하고, 필요하면 아부도 좀 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필요한데 와 이건 정말... 나의 연기력이 부족하다. 진심 못 하겠다.
글을 쓰라면 거침없이 쓰겠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 나와서 똑같은 내용을 말로 하라고 하면 정말 공황이 올 것만 같다. 가끔은 이런 내가 미치도록 싫어지는데 그래도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ㅠㅠ
세미나 한번 할라치면 삼일 밤낮 스크립트 만들어 달달 외우고 연습하고 자연스러워 보일 애드리브까지 다 외운다. 미치고 팔짝 뛰는 과정이다. 막상 당일이 되면 잠을 못 자서 퀭한 상태가 되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힐 지경에까지 이른다. 긴장해서 외운 문장 하나라도 잊어버리거나 잘 못 이야기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에 고마웠던 단 한 가지는 세미나를 열지 않는 이유가 자의가 아닌 코로나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어릴 땐 안 그랬단 말이다.
나대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다.
심지어 연극부 단장으로 활동하며 큰 무대에도 여러 번 섰단 말이다.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부끄러움 열매라도 먹은 것인가. 설마 완벽하고 싶은 것인가? 나는 원래 실수 투성이 인간이라 나의 잦은 실수에 매우 익숙한 편인데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마음껏 나대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닌 게 될 수 있거나 마음껏 내향적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자는 아무래도 어려우니
전자밖에 선택권이 없다.
다음 달 말에 학원 설명회를 하겠다고 선포(?)해놓고
지금부터 미쳐버리겠는 나다.
설명회 자료를 펼쳐놓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