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

제발 말 걸지 말아 줘요.....

by 당이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미용실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게 괴롭고, 그들의 다양한 질문(헤어스타일과 관계없는)에 계속 친절히 대답해야 하니까.... 그들은 '서비스 마인드'란 명목하에(?) 마음에도 없을 칭찬도 하고, 관심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세상 불편한 대화다.


나는 일하는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다. 말보다 글이 편하고, 전화통화보다 문자나 카톡이 편하다. 극 내성적인 사람이고 사회성이 다소 떨어진다. 인정하는 바다. 사회성 부족한 사람이 아닌 척하고 사려니 사는 게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사실 15년 넘게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는데 그곳은 익숙해져서 잘 웃고 떠들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내 못된 성격 탓에 한번 살짝 기분이 상한 후로 다시는 그곳을 방문하지 않게 되며 미용실 유목민이 되었다.


20대 때는 나름 잘 꾸미고 다녔는데(물론 체중이 붇기 전이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30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화장도 잘 안(못)하고 옷도 집히는 대로 입는 게 언제부턴가 익숙해져 버린 후, 어디 한번 가려면 신경 쓴다 써도 어설프고 거울 속 내가 영 어색할 때가 많았다.




얼마 전 친구의 결혼식 날, 그날은 진짜 머리가 유난히 수습이 안되는 거다. 옆머리는 붕 떠있고 잔머리는 사방으로 튀어나와서(내 헤어스타일이 몇 년간 대체로 그렇다) 거의 내 몰골에 대해 반포기 상태로 집을 나섰다. 게다가 그 머리 꼴을 해서 부케를 받고 사진이 막 찍히니까 와....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가장 빠르게 내 머리를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미용실을 찾았다. 삐까번쩍한 그런 고급(?) 미용실 말고 그냥 진짜 뭔가 정감 있는 동네 미용실. (동네 미용실 비하 아님)


미용실에 들어서고 보니 그 당시 앉아있던 고객들의 평균 나이대가 대충 봐도 60대 이상이다. 나와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80대 가까이 되어 보이는 멋진 흰머리의 할머니는 '어여쁜 손님' 오셨다해 주셨다.(감사합니닼ㅋㅋㅋ).


60대로 추정되는 두 손님들은 자식 손자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셨고 미용실 직원 하나는 내게 눈길 한번 힐끗 주고 '뭐하시게?'라고 무심히 물었다.


'C컬로 해주시고 붕 뜨는 옆머리 좀 죽여주세요.'


'그러시죠.'


이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나도, 그들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정말 딱 좋았다. 내 스타일이다.


나는 이제 이 미용실 단골이다.


직원이 나에게 질문 폭격을 하지 않고,

적당히 마음에 드는 머리스타일을 적당한 가격으로 얻었다.



나는 립서비스 없는 그냥 '보통의 서비스' 좋아한다.

나는 정말로, 나를 온전히 혼자 있도록 내버려 두면서도 적당한 퀄리티가 나온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말 안 거는 네일 샵 있으면 가볼 의향이 있다. 네일샵은 심지어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아야 하고, 상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나로서는 미쳐버릴 것 같은 공간이다.


다시 한번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생각하며 이 글을 급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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