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큰 장점은 과제집착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저도 마음대로 안 풀리면 그 집착력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이 집착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집착.
"스피치를 끝장나게 잘해서 설명회를 성공적으로 해내자."
" 상담을 더 잘해서 신규 등록률을 높이고 퇴원을 방지하자."
이게 내가 스스로에게 준 과제였다.
스피치 학원? 다녀봤다. 경직된 수업 커리큘럼과 여러 가지 공식들이 나를 더 긴장하게 해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관련된 책을 읽어도 아무리 해도 적용이 안된다. 나도 이론은 알겠다고. 근데 막상 잘 안 되는 것 같단 말이다!! 너무 답답했다.
국내의 유명한 세명의 강사들의 강의 영상을 한 달 내내 들었다. 그들과 비교해 내게 없던 건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유'였다. 나는 늘 제 시간 안에 준비한 내용을 모두 빠짐없이 전달해야 하는 것에만 매달렸고 그들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예시 그리고 유머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청중이 즐겁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강의는 서론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본론 + 다양한 재미있는 예시들 그리고 결론으로 끝난다.
내 스피치는 그저 서론 본론 본론 본론 결론 이렇게 마치 5 단락 에세이를 말로 푸는 것처럼 지루하게 했었나 싶다.
이제 내가 스스로 부여한 과제에 어떻게 집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1. 스피치, 말하기, 무대공포증에 관련한 책을 사재기하듯 사모은다. 별점? 후기? 안 본다. 일단 산다. 차후에 냄비받침으로 쓰더라도 일단 사서 읽어는 봐야 한다.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2.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가끔은 근무시간에도)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듣는데 시간을 다 쓴다. 공부하듯 필기구를 챙겨두고 그들의 강의 내용이 아닌 강의 스킬을 받아 적으며 따라 한다.
3. 가장 내 스타일(?)인 강사 두 명을 추려본다. 그중 한 분이 진행하는 1박 2일짜리 스피치 강의를 등록한다. 비용이 꽤 비싸다. 10배 이상의 값어치를 할 수 있게 배워올 테다. 오프라인 수업 듣기 전에 온라인 20강짜리 다 듣고 오란다. 그래서 삼일 만에 완강. 다음 주에 그분을 만나러 간다.
4. 1:1로 나에게 최적화된 수업을 받고 싶었다. 그다음 강사에게 컨택을 했다. 비용이 가히 어마어마하다. (적금을 깼다.) 컨설팅 비용 디스카운트보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1) 그녀가 내가 있는 학원으로 방문해서 수업해 줄 것.
2) 나와의 1대 1 수업 이외에 학원 선생님들을 위해 학부모 상담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1회 해줄 것.
3) 그녀의 책은 내가 모두 읽었으니 책에 있는 내용은 배제하고 수업 내용 구성할 것.
쓰고 보니 나는 참 진상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잘 나가는 강사면 나는 저런 조건 거절할 것 같다.
굳이?
역시나 상대측에서도 나의 황당한 요구(?)에 어이없어했지만 저는 진짜 이 컨설팅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고, 당신의 팬이며, 반드시 제대로 배워서 값지게 쓸 사람이다라고 어필한 후 생각해보시고 조건 수용하시면 바로 진행하겠다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감사하게도 내 조건은 받아들여졌고 당장 이번 주 일요일부터 그녀와의 수업이 시작된다. 이것도 쓰고 보니 극성이며 진상이다. 나도 나름(?) 바쁜지라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다 보니 그녀가 쉬는 일요일의 시간마저 내가 뺏어버린 느낌이다.
컨설팅 의뢰서를 보내라 해서 word파일로 다섯 페이지 빼곡히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세히 적어 보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전문가는 아니었고 그들의 투자한 시간과 노력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 그들의 노력의 산물을 푼돈으로 얻을 수는 없겠지. 오랜 시간에 거쳐 가지게 된 그들의 노하우를 단 시간에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비용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드시! 투자한 비용의 10배, 100배의 가치를 낼 수 있게 눈에 불을 켜고 배우고야 말겠다.
오랜만에 힘이 난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살 맛이 나는 사람인 것 같다.
나를 들들 볶아야 속이 시원한 극성이고 진상이다.
누가 하라고 했으면 절대 안 했을 거다.
근데 난 내가 시키면 한다. (나에게 순종적이며 충성도 높음)
39년 살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나를 위한 투자에는 실패가 없었다는 것이다. (유독 체중 감소는 주로 실패한다.) 투자비용 대비 output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만 낸다고 거저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이번에도 늘 그랬듯이 분명히 미친 듯 예습 복습하며 매달릴 것이다.
자... 이제 원장실을 청소해봐야겠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