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ate 여행기

You happy?

과연?

by 당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인도에서 혼자 40일을 버텼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인도 여행하며 가장 많이 듣던 말은 다음과 같다.


1. You from Japan? (전 세계 어딜 가도 다들 나에게 일본에서 왔냐고 그렇게들 묻는다.)



2. 짜이? (짜이를 나도 참 좋아하는데 인도 어딜 가나 이 무지하게 다정한 사람들은 짜이를 한잔 하며 이야기하자 한다.) 짜이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인도의 향이 깊게 퍼진다. 한국에서 먹어봐도 그 맛이 안 난다.


3. You happy?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인도는 과거의 영국의 식민지였던 터라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다.

젊은이들은 자라면서 배우니 잘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도 영어 잘하는 분들 오히려 더 많다.


문법적으로는 정확도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의사소통 하는데 무리가 없다.


You happy? 는 '행복하니?' '만족해?' '이거면 되겠어?' 대략 이런 뜻으로 자주 쓰이는데


인도 길거리 어딜 지나가도 아주 자주 사람들이 말을 건다. 일본에서 왔냐.. 아니라고 하면 중국인이냐... 그것도 아니라고 하면 한국인이냐 그래서 그렇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 묻는다. 그다음엔 나이를 묻는 게 국룰인 것 같다.


그냥 다짜고짜 you happy?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고

무언가를 구매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도 유해피? 다.

일단 장사꾼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고 시작한다. 예를 들어 스카프 하나 사려는데 500루피를 부른다? 그럼 일단 나는 200루피부터 흥정을 시작해야 한다. 나는 그 당시 흥정의 달인(?)이었다.


이거 얼마예요?

500루피

아 그래? 200루피에 주세요.

그거 안돼. 이건 350은 줘야 해.

그럼 안 살래요.

200루피.. 그래 줄게.

생각해보니 200루피도 비싸요. 저 배낭여행하잖아요. 100 루피면 살게요.

100루피? You Happy?

네, 그럼 happy 해요.

그래 네가 해피하면 100루피에 줄게.

아저씨도 해피해요?

응 나는 해피한데 이거 안 남아. 근데 네가 해피하다니까 나도 해피하게 줄게.


이런 식이다.


고대도시 바라나시 강가를 걷는데

수도자(구루)로 보이는 한 사람이 다가온다.

재팬?으로 시작해 나이까지 다 묻고 나서

너 여기 왜 왔니로 이어진다.


그 당시 나는 교원임용고사에 불합격했고

현실 부정으로 도망치듯 인도로 갔던 터라

시험에 떨어졌고, 그래서 여기로 도망 왔노라 했다.

그랬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시험에 떨어져서 여기 온 게 아니라 여기 오려고 시험에 떨어진 거야.'


오. 신박했다.


허허.. 그러냐며 웃어 보이고 돌아서는데

유해피? 를 외친다.

해피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해피하지 않은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인도를 떠나기 며칠 전 거리에 있던 한 여인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입지 않을 옷가지들과 먹을 것을 그녀에게 모두 줬다. 근데 그녀가 고맙다고를 안 한다. 그래서 왜 고맙다 하지 않냐 했더니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네가 이거 나한테 줘서 행복하잖아. 그리고 네가 이렇게 하니까 시바신이 축복을 너한테 내릴 거야. 결국 나는 너한테 좋은 일을 하게 한 사람이잖아. 유해피? 아임해피. 댓츠 잇.'


아.. 그래...


10년 만에 인도식 영어악센트로

내게 한번 물어본다.

유해피?


응.. 살아있으니까 해피...


인도에서 만난 모든 이들은 철학자였다.

쓰다 보니 사무치게 인도가 그리워진다.

인도여행기를 한번 써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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