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에 온다던 기차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원래 그렇다. 그 누구도 기차가 스케줄 맞춰 도착할 거라 예상하지 않는다.
기차역에서 수다 떨다가 요 애기가 너무 예뻐서 찰칵.
아이 엄마가 사진 보내달라고 해서 그녀의 이메일 주소도 받았으나 그 종이 행방불명.
기차역에 도착하면 역 안에서도, 철로 위에서도 원숭이, 소, 개, 쥐들을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처음엔 그 경관이 매우 충격이었으나 점차 익숙해진다.
일단 도착하면 플랫폼으로 가서 돗자리 따윈 없으니 아무거나 펴고 앉는다. 이미 도착해서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도인처럼 앉아있노라면 같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된다.
어디 가니?
바라나시.
멀리 가네.
6시 기차인데 지금 7시야. 괜찮은 거지?
노 프라블럼. 오긴 올 거야.
아하.
그 친구와 짜이와 사모사(향신료로 버무린 감자가 들어간 튀김요리)를 나눠 즐기며 무료한 시간을 죽인다.
기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니 7시 30분 조금 안 되어
서서히 출입문이 열려있는(대체로 버스든 기차든 문이 안 닫힌다) 기차가 플랫폼으로 진입한다.
밤새 이동해야 하니 침대칸 좌석을 예약했다.
기차 안은 퀴퀴하고 습하다.
나를 보는 사람마다
'헬로 마이프렌드'
'코리안 하이'
'재패니즈?'
한 마디씩 하는 바람에 매우 피곤했다.
자리를 찾아 가방을 정리하고
내 자리는 2층 침대라 올라가서 누웠다.
인도 여행 좀 하다 보면 더러운 건 디폴트다.
내 머리 옆으로 바퀴벌레가 지나가도 그냥 잔다.
그냥 약간 ... 나를 포기한 삶을 살아야 한다.
2. 경찰 슈퍼파워
옆자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나른해지고
짜이장사가 주전자를 들고 열차 안을 걸어 다니며 짜이 마시라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어느 역에선가 사람들이 우르르 탔다.
그들은 입석표를 구매했거나, 아예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이 혼재해 있다. 그냥 다 자기 멋대로다.
난 2층에 누워있는데 통로 쪽에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나 너무 졸려서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누군가 내 다리를 만지는 느낌이 든다.
내 느낌을 애써 부정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또다시 여러 번 같은 느낌. 아............. 눈을 살며시 뜨고 어떤 놈인지 살핀다. 20대로 추정되는 인도인 남자가 또다시 손을 뻗어 만질까 말까 하는 중이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너 뭐 하니?
응? 내가 왜?
너 내 다리 만졌잖아. 내 허락받았어?
아닌데.
맞는데?
아닌데.
맞는데?
분노가 부글부글하는 시점에 열차가 다음 역에 정차를 했고 창문 너머 경찰이 보인다. 이때까지는 인도인들이 왜 그렇게 경찰을 무서워하는지 몰랐다.
내가 잠들기 전에 같이 수다 떨던 인도인 가족 중 하나가 경찰을 향해 여기 문제가 생겼다고 외쳤다.
무장을 한 경찰이 열차 내로 들어왔고
상황을 듣고는 내게 물었다.
너 확실해? 얘 맞아?
응. 확실해. 5번이나.
오케이.
이 말을 마지막으로 경찰은 그 남자를 기차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경찰들이 쓰는 몽둥이(?)로 그를 무지막지하게 때린다. 창문너머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아.. 저렇게 맞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분명 나 아주 불쾌했는데 그 남자가 불쌍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만지지 말라고 하고 말 걸....
3. 몰매의 민족
인도의 열차 중에는 여자칸, 남자칸 나뉘어 있는 곳이 꽤 있다. 지역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10년 전이다 무려.)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보인 광경은 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고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