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이 Mar 30. 2023

나방인지 낙엽인지 가까이 봐야 안다

본질을 보는 능력

팔춘기를 겪는 와중 3월 내내 주말엔 대학로행.

월요일이나 수요일이나 목요일이나 주말이나

별반 다르지 않던 다소 메마른 생활에

생기가 좀 돋는 듯했다.


20년 만에 공연을 볼 '의도'를 가지고 찾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엔 아직도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골목 구석구석 소극장들에선 서로 다른 공연들이 진행된다. '예매하셨어요~~~?'라고 묻는

호객꾼(?)들도 예전 그대로다.


한때는 죽는 순간까지 연극무대에 서겠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나는 연기를 참 못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연극무대는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 퀴퀴한 공기와 무대 특유의 냄새. 극 자체도 물론 즐겼지만 나는 조명과 무대장치를 구경했고 암전시의 동선을 예측했다.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반짝이는 눈에서  그들의 열정과 절실함을 알 수 있었다. 노력에 비해 극 소수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저 판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


내가 끝끝내 연극을 고집했더라면

나도 저기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연기도 못하고, 미모가 훌륭하지도 않으니

성공은 절대 못했을 거다. 참 다행이다 ㅋㅋ

그 당시엔 강력히 반대하는 부모님을 참 많이 원망했다.

지금은 참 감사한 부분이고.


공차 한잔 마시며 거리를 내다보는데

초록초록한 조명 안에 나방이 보였다.

윽!! 하며 자세히 보니 낙엽이었다.

그렇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방인지 낙엽인지 누가 아는가.


내가 보는 이 상황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나의 이 결정이.

심지어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며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런 눈을 가지는 건 흔치 않으니 시간이 흘러 알게 되거나 현자의 조언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나는 정작 중요한 일엔 남의 조언을 잘 듣는 타입은 아니니 결국 혼자 결정하고

오로지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살 거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


이런 건 아직 없으니

그냥 우직하게 내 선택을 수습할 뿐 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