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인지 낙엽인지 가까이 봐야 안다

본질을 보는 능력

by 당이

팔춘기를 겪는 와중 3월 내내 주말엔 대학로행.

월요일이나 수요일이나 목요일이나 주말이나

별반 다르지 않던 다소 메마른 생활에

생기가 좀 돋는 듯했다.


근 20년 만에 공연을 볼 '의도'를 가지고 찾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엔 아직도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골목 구석구석 소극장들에선 서로 다른 공연들이 진행된다. '예매하셨어요~~~?'라고 묻는

호객꾼(?)들도 예전 그대로다.


한때는 죽는 순간까지 연극무대에 서겠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나는 연기를 참 못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연극무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 퀴퀴한 공기와 무대 특유의 냄새. 극 자체도 물론 즐겼지만 나는 조명과 무대장치를 구경했고 암전시의 동선을 예측했다.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반짝이는 눈에서 그들의 열정과 절실함을 알 수 있었다. 노력에 비해 극 소수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저 판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


내가 끝끝내 연극을 고집했더라면

나도 저기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연기도 못하고, 미모가 훌륭하지도 않으니

성공은 절대 못했을 거다. 참 다행이다 ㅋㅋ

그 당시엔 강력히 반대하는 부모님을 참 많이 원망했다.

지금은 참 감사한 부분이고.


공차 한잔 마시며 거리를 내다보는데

초록초록한 조명 안에 나방이 보였다.

윽!! 하며 자세히 보니 낙엽이었다.

그렇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방인지 낙엽인지 누가 아는가.


내가 보는 이 상황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나의 이 결정이.

심지어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며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런 눈을 가지는 건 흔치 않으니 시간이 흘러 알게 되거나 현자의 조언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나는 정작 중요한 일엔 남의 조언을 잘 듣는 타입은 아니니 결국 혼자 결정하고

오로지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살 거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


이런 건 아직 없으니

그냥 우직하게 내 선택을 수습할 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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