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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May 30. 2023

폭력적인 도망자

근들지므라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아무래도 내가 진짜 고장 나기 전에 오늘은 나를 돌봐야겠어서 무작정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난 off!'라고 명랑하게 외치고 훌쩍 떠날 수 없는 노동자니까 멀리는 못 가고 팔당으로 도망쳐왔다.


평일이라 한적한 편이지만 옆 테이블이 너무 시끄럽다. 좀.. 소곤소곤 말하면 안 되는 걸까. 흡사 만취한 네 사람이 술자리에서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며 건배를 외쳐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그 시끄러운 자리에서도 난 도망쳐야 했다.


자리를 옮기고 화장실에 갔는데 엄청 큰 모기가 나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모기, 파리, 동양하루살이, 소금쟁이 이런 애들 내가 진짜 너무 싫어라 한다. 누군들 얘네가 좋겠냐만은 난 정말이지... 그들의 얇고 많은 다리들과 파닥거리는 날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보통은 그런 애들이 있으면 나는 다른 칸으로 '도망을 가거나' 그냥 볼일을 안 보고 마는 편인데 오늘은 나에게 덤비는 이 놈이 괘씸했다.



너 까짓 거 하나도 무섭지 않아. 도망갈 거면 네가 가던가. 너 잘 걸렸다 오늘.


작은 화장실칸 안에서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모기 한 마리와 나의 전쟁이 시작됐고 이놈이 엄청 전투적인 산모 기였어서 남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내겐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모기와 싸운다고는 상상하지 못할 발길질과 스매싱이 이어졌고 가까스로, 어렵사리 나의 승리로 끝났다.


모기를 넉다운시킨 후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넌 나한테 덤볐으면 안 됐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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