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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n 15. 2024

토토가 떠났다.

안녕, 내 강아지.


2009년 초가을, 4개월 된 아기 강아지, 토토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15년 2개월을 함께 했고, 이 녀석 덕분에 이기적인 내가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다. 또한 40여 년 내 인생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것도,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것도 이 녀석이었다.


줄곧 건강하던 녀석이 2년 전에 신장이 고장 나더니

작년엔 폐수종이 오면서 심장까지 망가졌다.


그러다 5월 중순, 잦은 기침이 시작되더니, 기절을 여러 번 하고, 3주간 곡기를 끊고, 췌장염까지 생겨버렸다. 그렇게 한 달여간을 수액으로만 연명했던 토토에게 12시간마다 쓰디쓴 심장약을 주사기로 쏴 넣었던 것은 나다. 진짜 못할 짓이었다. 울면서 약을 먹였다.


오늘 새벽부터 토토가 이상했다.

아니, 원래 이상했는데 오늘은 특히 더 이상했다.

'이젠 정말 가고 싶은가 보다.' 생각이 들 정도로.


오전 내내 토토의 호흡은 불안했고

안아주고 싶어서 산소방에서 꺼내면 개구호흡이 더 심해졌다. 토토에게 너무 힘들면 가도 된다고, 다만 오빠(남편)가 오고 있다고 알려줬다.


남편은 주말 근무를 취소하고 집으로 왔고,

가까운 24시에 폐수종 아이가 10분 내로 내원할 것이니 산소방 틀어놔 달라고 전화를 하고,

남편과 나는 산소캔과 토토를 들고 달렸다.


2024년 6월 15일 오후 1시경

24시 동물병원에서의  온갖, 다소 잔인한 처치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멎어버렸다.


아직 부드럽고 따뜻했던 토토에게

경직이 찾아오기 전에 보내주고 싶어서

장례를 서둘렀다.


영원한 내 강아지, 토토야.

잘 가.


사랑했고, 사랑한다.


내가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토토는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

이제 네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야.


조금만 슬퍼할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꼭 꼬리 치면서 마중 나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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