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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Oct 11. 2023

경험자아, 기억자아

<회복탄력성>을 읽다가 새로운 개념을 알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두가지 자아가 있어요. 경험자아와 기억자아입니다. 경험자아는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상태의 나를 말해요. 기억자아는 경험한 사건에 의미부여를 하는 나입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역경을 마주했을 때 능동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역경을 기회로 만들어요.

아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에요. 3월 첫 모의고사를 보는데 완전 망했습니다. 1교시 언어영역에서 지문 3개를 못 읽고 찍었어요. 2교시 수학영역에서는 분명 아는 문제인데 문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풀다가 부모님 생각이 났어요. 어떻게 시험을 마쳤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점수는 500점 만점에 340점. 최악의 점수였어요.

3월 첫 모의고사 점수가 수능시험과 똑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크게 좌절했습니다. 친구들 몰래 책상에서 울었어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이 상황을 극복하고 나중에 수능이 끝나고 되돌아 봤을 때 웃을 수 있는 사건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모의고사 점수는 420점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결국, 그해 수능시험에서 100점이 오른 440점을 받았습니다.

우리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늘 새로운 문제와 마주해요. 이때 문제에 좌절하지 않고 나 자신을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기억자아를 통해 사건에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해요. 내가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최선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반에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들 뒷담화를 했던 아이인데요. 결국에는 다른 친구들로 부터 손절하자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학교 생활이 힘들어 결석을 많이 했어요. 어머님도 이 문제로 힘드신지 상담을 신청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님과 상담을 준비하면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 지 고민하다가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드렸어요.

"지금 아이가 힘들지만 이를 통해 배우면 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기회로 삼으면 돼요. 친구 사이에 소통하면서 사랑과 존중의 말을 해야지, 부정적인 뒷담화를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을 거예요. 지금 현재는 힘들지만,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오늘 배운 일 덕분에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가야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기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곁에서 돕겠습니다. "

캐니만 교수에 따르면 한 인간에게는 경험자아experiencing self와 기억자아remembering self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두 존재가 공존하고 있다. 경험자아는 현재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다. 이 자아는 지금 벌어지는 기쁜 일이나 쾌락을 즐기고 고통이나 괴로움을 피하려 한다. 한편 기억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다. 그러한 ‘회상’은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두 자아의 판단은 대체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캐니만 교수 이론의 핵심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예컨대 지금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은 전적으로 기억자아에 의존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기억자아다.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는 일치하지 않는다. 어떻게 기억하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힘든 일도 끝이 좋으면 좋게 생각한다. 슈퍼셀프는 기억자아의 역할. 미래에 대한 예측, 의사결정을 한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 ‘기억하는 자아’의 문제다. 기억자아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자아다. 이 기억자아가 자신의 고난과 역경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기억자아의 문제. 의미부여, 긍정적 스토리텔링. 지금 겪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의미부여를 할 것인가. 아이들과의 관계를 배우고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배움의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