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한방이면 될 것을!

by 구름마중

아이들과 함께 불태웠던 오전의 일상이 지나고 하나둘 깨어난다.

낮잠 후 아이들은 봄날처럼 포근하고 잔잔한 바다의 윤슬처럼 평화롭다.


먼저 일어난 아이는 간식을 먹거나 다 먹은 아이는 놀이를 시작하는 소리에도 세상 모르고 자는 은빛이,

달가닥 소리에 눈을 뜨고 이불 위에 앉아 토끼귀를 만지작 거리는 달님이는 아직 잠이 덜 깼다.


달님이는 주변을 살피며 잠을 깨는 중이다.

아직은 간식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온전히 깰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우리 반 보조선생님 역할을 하는 별님이는 진작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선생님을 따라 모든 것을 살피느라 바쁘다. 은빛이를 안아 깨우는 동안 별님이는 작은 손길로 은빛이 이불을 요리조리 포갠다.

"별님이가 친구 이불도 정리해 주었네!"


순간, 어디서나 무슨일이 생기면 도움을 주는 달님이가 벌떡 일어나

"달님이가 도와줄게"

남아있던 은빛이 덮는 이불을 요리조리 접는다. 달님이가 접은 이불까지 별님이가 들고 선생님에게 가져다준다. 그와 동시 달님이가 울기 시작했다.


'잘했다' 친구의 이불을 정리하고 윤슬 같은 보육실도 분위기도 여기까지였다!


나는 잔잔한 바다를 되찾기 위해 달님이와 평화협상에 들어간다.

"달님이가 접은 이불도 정리하고 싶었구나!"


모든 상황을 지켜봤던 초롱이가 별님이가 가져갔던 이불을 다시 가져가 달님이 앞에 놓는다.

별님이는 '내가 할 거야'하며 다시 이불을 가져간다. 평화 협상은 다시 이불전쟁이 났다.

이렇게 빨리 퍼지다니!


이불전쟁에 2차 평화협상에 다시 들어간다.

달님이는 달님이 마음, 별님이는 별님이 마음, 초롱이는 초롱이 마음을 이야기해 준다.

정작 이불 주인 은빛이는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럼에도 달님이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안되었다. 온전히 잠에서 덜 깼다.


그때다. 모든 상황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는 한방이 나타났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햇님이, 간식 그릇 앞에 앉아서 모든 상황이 나와는 상관없고 오로지 앞에 놓인 '간식이 좋아! 맛있어' 하는 표정으로 시원한 한방을 날려준다.


'뿌우웅"


모든 아이들이 들었다.

울고 있는 달님이도, 이불을 품에 안은 별님이도

달님이가 웃는다. 별님이도 이불을 내려놓고 웃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언제 어디서는 일어났고 나의 2차 평화 협상도 자연스럽게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방귀 한방이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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