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면 눈썰매
눈이 없으면?
눈이 없어도 365일 탈 수 있는 썰매는 바로, 이불썰매다.
바깥놀이를 못하는 날에는 아이들과 실내에서 대체놀이를 한다.
여러 가지 준비된 놀이를 하다가도 이불을 꺼내는 위치에 손을 올려놓기 무섭게 아이들은 용케 알고 바닥에 철썩 앉는다. 그리고 기대한다.
점심 먹기까지 10분 전이다. 10분 동안 소란스럽지 않고 즐겁게 시간을 만들어가 가기 위해서는 작전이 필요하다. 썰매를 먼저 태워주면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어 점심 배식이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이불속에서 숨기 놀이를 한다. 숨기놀이는 지구상 최고의 놀이 같다. 특히나 이불속 숨기놀이는 시간, 공간에 대한 제약도 없고 내가 이불을 들출 때까지 숨죽인다. 아주 조용히!
아이들이 이렇게 조용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도 하다.
그 공간에서도 서로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분주하다. 이불속 숨기 주의점은 나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 혹여 좁은 이불속에서 다툼이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몇 안 되는 상황에 대해 인간 CCTV처럼 하지만 티 내지 않고 함께 숨는다.
달님이 표정이 보인다. 별님이 입모양이 보인다. 아이들 숨죽인 채 즐거움이 보인다.
들킬까 말까, 웃을까 말까, 누가 올까 말까 그런 표정을 보면 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더 작은 소리로
"밖에서 누가 왔나 봐!"
모두들 얼음이다. 발가락이라도 등이 이불밖으로 나가기라도 하면 빨리빨리 몸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더 이불 안으로 몸을 들이민다.
"소리 들려! 살금살금 달구귀신이 왔나 봐. 손톱 먹고 달구 귀신이 온다"
아이들은 이미 봐왔던 동화 속 이야기를 상상하며 장난스럽지만 약간에 긴장감과 키득거리는 웃음 속에 몸을 더 작게 움츠린다.
"왔다" 하고 이불을 들추면 모두들 '아악'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난 뒤 이불썰매를 태워준다.
"자! 썰매탈사람?"
달님이도 별님이도 서로 타겠다고 곧장 이불 위로 올라온다.
여기서도 주의사항은 있다. 놀잇감을 들고 타지 않는다. 눕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들만의 약속이다.
모두들 올라탔으니 성인 두 명 정도의 무게를 감수하고 엉덩이를 바닥에 밀착한 뒤 있는 힘껏 몸을 뒤로 젖힌다. 아이들은 즐겁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움직이는 즐거움과 친구와 함께여서 즐겁다.
또 반대편에 선생님이 이불을 잡아당긴다. 아이들이 또 웃는다.
아이들 사이에서 타는 것을 더 좋아하는 별님이, 샛별이
태워주는 걸 좋아하는 달님이와 은빛이
그냥 좋은 햇님이!
여러 번을 반복해서 숨이 헐떡일 때 나는 아이들에게도 제안한다.
"선생님도 태워 줄사람!"
아이들이 너도나도 태워준다고 이불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아이들 평생 있는 힘을 다해 '영차' 이불썰매는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불썰매는 너도 즐겁고 나도 즐겁다.
추운 겨울 너도 놀 거 없고 나도 놀 거 없을 때 즐기는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