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가지고 왔어요'

by 구름마중

등원시간, 아이들 얼굴과 몸은 밤새 편안했는지 자연스럽게 스캔을 한다. 이 일의 특성이기도 하면서 놓치면 하루종일 안고가는 벽돌블럭같은 일이고 알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을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래알 같은 일 일수도 있다.


뽀얀 달님이 한쪽 볼이 빨갛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라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이미 그랬는지! 단 몇 초 만에 상황파악을 하고 아이에게 묻는다. 3살 기억이니 오다가다 스쳐서 생길 수도 있고 긁어서 그럴 수도 있고 여러 상황인지라 성인처럼 자세하지는 않아도 3살만큼의 신빙성이 있어 그래도 이야기를 듣는다. 단 아이가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톤과 아무렇지 않은 듯한 무심함과 걱정스러운 맘이 적당히 섞이도록,

"달님아! 여기 왜 빨개?"

달님이는 한 박자 쉬고는 이내 대답을 한다. 기억이 있다.

"으응, 야옹이처럼 세수했어"

나도 한 박자 쉬고

'야옹이처럼 세수를 한다? 뭐지! 달님이는 상상한 걸까? 진짜일까라는 경계에서 달님이의 표정은 진짜에 가까운 진지함이다. 그렇다면 달님이 기억 속에 뭔가가 있다. 그럼 되었다. 일단 접수 완료!'


진실의 시간차에서 생각하지 못한 달님이의 대답, 나는 빨간 볼만큼 '고양이 세수'라는 말에 흥미로웠다. 또 혼자서 웃는다.


낮잠시간 달님이의 하루일과를 알림장에 적으며 '고양이 세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머님의 댓글이 달렸다. 아침마다 세수 안 하겠다고 떼써서 고양이 세수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고양이 흉내 내며 발로 핥고 눈곱도 떼고 냐옹냐옹 하며 간단히 세수를 마쳤는데 그 기억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얼마뒤 달님이는 고양이 세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달님이의 머릿속에 또 어떤 기억이 있었을까?

이전 17화머리가 보고 싶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