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늦게 배운 말: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2025년 1월. 나는 18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너무 힘들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정말 많이 흔들렸고, 그만큼 무너질 뻔했다.
그동안 나는 살아내느라 너무 오래 참고 버텼다. 그렇게 버티는 동안 가족과의 거리는 멀어졌고, 나 자신도 놓쳤다.
3개월의 공백기. 그 시간 동안 나는 마치 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쳐다봤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살았는지 깨달았다.
제니에게, 윤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나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강요해왔다.
“이건 사면 안돼.” “이건 어쩔 수 없어.” “그건 아니지.” “그렇게 하지 마.”
그 말들은 언제나 단호하고 빠르게 나왔지만, 실상은 내가 가진 불안과 무기력의 탈출구였을 뿐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것도, 직접 돌본 것도 없이, 나는 늘 요구만 했다. 그게 사랑의 방식이라고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었다.
윤호의 마음. 제니의 눈물. 윤호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른들의 기대와 달랐을 때, 나는 다그쳤고, 이해하지 못했고, 소리부터 질렀다.
그때 제니는 말했다. “윤호는 원래 그렇게 표현해. 왜 자꾸 몰라봐.”
그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윤호는 이상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었고, 남편이라는 자격으로 아내를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을 나는 이제야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 2025년 5월, 나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짐을 싸고, 집을 정리하면서, 신발장과 옷장을 비우면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 안에 쌓인 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기숙사에 들어온 첫날 밤, 나는 러닝머신 위에서 뛰다가 울었다. 문득 심박수보다 더 빠르게 가슴이 뛰었고, 눈물이 났다. 그 순간 마음속으로 말했다.
"보고싶다."
그 말은 사실 누구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한 속마음이었다.
제니야. 나는 너무 늦게 알아차렸고, 너무 많은 걸 놓쳤다.
너는 나를 기다려줬고, 무릎 꿇듯 사랑을 지켰고,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삶을 버텼다.
나는 그 모든 시간에 무심했고, 무기력했고, 무책임했다. 그런데도 넌 날 믿어줬고, 놓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단단한 사람이 또 있을까.
기숙사 생활, 그리고 거리. 지금 나는 주 2~3일 정도 기숙사에 머물려고 한다.
회사와 집까지의 거리는 왕복 140km. 많은 교통비가 들지만,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소중하다.
앞으로는 출퇴근을 더 늘릴 예정이고, 기숙사는 잠시 나를 붙잡아주는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이직한 회사는 내가 하던 업무 분야도 다르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상태이다.
그만큼 또다시 배우고, 다시 적응하고, 다시 버텨야 한다.
내가 사랑하고, 고맙고, 그래서 미안한 사람들에게 이제는 제대로 말하고 싶었다.
제니야, 윤호야 그리고 반려견 반디야.
사랑해서 미안했고, 미안해서 고맙고, 고마워서 다시 사랑해.
나는 이제야 내 인생을 다시 살기 시작했고, 그 출발선에서 너희를 가장 먼저 껴안고 싶다.
이제야 말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하고,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제니가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지,
그리고 내가 제니에게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멍청한 나는 이제야,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제니야…
남은 우리의 인생,
정말 최선을 다해,
즐겁게, 행복하게, 그렇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