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으로 시작한 하루, 따뜻함으로 다잡은 새벽의 다짐
서울 집을 나서기 직전,
거실 불을 끄기 전에 제니와 나눈 마지막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보냈다.
윤호 핸드폰 정리해주고, 막내고모한테 기기 넘겨주고,
엄마 노트북도 포맷하고,
가족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면서
하루를 참 부지런히도 달렸다.
그 와중에 나는 또 짜증을 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앞에서
말이 거칠어졌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가족들에게 미안해졌다.
제니는 내 짜증까지도 묵묵히 받아줬고,
윤호는 혼자서도 고모한테 핸드폰 전달해주고,
조용히 엄마 도와 노트북 정리까지 도와줬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고,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 감사하면서도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감정부터 먼저 내세워버린다.
돌이켜보면
삶이란 늘 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변수가
가끔은 뜻밖의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새옹지마’란 말처럼.
월요일 아침 차가 너무 막힐 것 같아
결국 이렇게 또 늦은 밤,
서울을 떠나 회사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눈앞의 도로는 조용하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무겁다.
제니에게, 윤호에게,
또 한 번 미안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나는 이 밤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