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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멀어진 자리에서 더 선명해진다

가족을 떠나온 밤, 러닝으로 다잡은 마음의 거리

by 반디 아빠

오늘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직 회사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황인데

회의가 갑자기 생기고,

OJT 일정은 아무도 안 짜줘서 결국 내가 직접 짰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마음도, 리듬도 아직 이 조직에 녹아들지 못했지만

해야 할 일은 매일 생겨나고,

나는 어설프게라도 움직여야 했다.

가만히 있으면 더 어색하고, 더 소외되니까.

그래서 머리로는 아직 못 받아들인 채

몸만 먼저 움직이는 이상한 하루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몸이 움직여준 덕에 운동을 빠뜨리진 않았다.

퇴근 후 10km 러닝.

1시간 1분, 749칼로리.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 거리마다 생각이 깊어졌다는 거다.


러닝을 하면서 문득

서울 집이 그리워졌다.

제니, 윤호, 따뜻한 소파,

그리고 그 집 안에 있는 내 자리가 떠올랐다.


사실 집에선 나도 불평했고,

소소한 일에 짜증도 냈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감정 기복도 있었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너무 그립다.


신승훈 노래 가사처럼

“소중한 사람은 떠나간 후에야 비로소 느껴진다”는 말,

이제야 정말 뼛속까지 와닿는다.

함께 있을 땐 몰랐던 따뜻함과 안정감이,

이렇게 떨어지니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온다.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제 가족을 만났는데도

벌써부터 집이,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


윤호맘도 오늘 고생 많았다.

후드 고친거 확인하고 베란다 화분대도 고치고

윤호랑 반디도 챙기고

그 와중에 나도 회사 일에 치여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미안해, 우선 1년만 해볼게.”

그 말밖에 못한 내가 너무 아쉽다.


지금 이 밤,

나는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방 한 켠에 기대앉아 있다.

하루는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운동하고, 씻고, 겨우 하루를 정리해놓고도

“좀 쉬었다가, 다시 일해야겠다.”

그게 내 하루의 결론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이번 달은 트레이닝이 많아서

주중에는 사실상 집에 갈 수 없다.

말은 안 하지만,

마음속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미안하다”는 말을 삼킨다.

그래도 오늘을 살고,

내일도 살아야 하니까,

나는 이렇게 계속 움직이고 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

그 다짐 하나로,

이 밤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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