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고마움과 무게
1. 시작은 평범한 일요일 밤이었다.
서울 집에서 안성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지나치게 익숙해진 이 여정은
이제 일상의 리듬처럼 몸에 새겨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복잡하다.
오늘도 운동가방을 짊어지고,
제니와 윤호를 뒤로 한 채,
나는 다시 일터로 향한다.
익숙해지려 애쓰는 이 루틴이
사실은 얼마나 낯선 싸움인지—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다.
2. 러닝머신 위,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밤 10시, 러닝머신에 오른다.
목표는 3km, 하지만 마음은 5km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 오늘은 7km다. 그 정도는 가봐야겠다.
2.5km쯤 달렸을 때, 런닝 주스가 뚝 끊겼다.
심박수는 143. 여유는 있지만,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안다—이럴 때 “걷는 것도 포기하지 않는 거”라는 걸.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할 수 있는 만큼 간다.
그리고 오늘 그걸 해내면, 그게 나야.”
3. 생각은 움직일 때 비로소 정리된다.
생각은 단순해진다.
제니에게 화를 낸 게 또 후회된다.
“조금 천천히 해도 됐는데… 왜 난 그렇게 급했을까.”
가족과 보낼 시간은 짧고,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내가 너무 조급했던 건 아닐까.
운동하면서 자책하고,
자책하면서 또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이렇게 건강을 챙기는 이유도,
결국은 제니와 윤호, 가족을 위해서잖아.”
4. 오늘도 삶을 조율한다.
심박수가 150 가까이 오르자,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조금만 더 가보자. 8km라는 숫자가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혼자 사는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면
세탁기 돌리고, 정리하고, 공부하고…
이제는 이 루틴조차 나의 일부가 되어간다.
지금 내 삶은
회사, 운동, 가족, 미래 준비
이 네 가지 사이를 조율하며 살아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사이에서 나를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