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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무게, 그리고 달리는 나

87.7kg의 현재, 채찍이 아닌 약속으로

by 반디 아빠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몸무게는 87.7kg.

아이폰 건강앱에 기록을 남겼다.

매일매일 나를 채찍질하기 위해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채찍이 아니라 약속을 새긴다. 나 자신과, 제니와, 윤호와의.


오늘도 기숙사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아침 일찍 기상해 화성 라인으로 현장 OJT하고, 오후 5시 반에 다시 안성공장으로 복귀.

OJT 보고서 작성하고, 수요일 고객 미팅 자료 업데이트하고, 저녁밥 먹고, 숙소로 복귀.

그리고 지금, 체력단련실에서 또 10km 러닝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걸 끝내고 나면, 자정이 될지도 모른다.


전 직장 팀원과도 연락이 닿았다.

내가 뽑았던 친구다.

다다음주쯤 만나기로 했고, 예전 그 공장에서 외근으로 온다니, 다시 만남이 이어지는 것도 인연이겠지.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며 서로의 근황을 나눴고, 힘들었던 시절도, 웃긴 에피소드도 꺼냈다.

그렇게 연락이 닿는 사람 하나 있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실 제니가 오늘 속커튼을 직접 달았다는 카톡을 보냈다.

거실이랑 안방에.

내가 있었으면 내가 달았을 텐데, 혼자서 했다는 그 말이 괜히 고맙고 미안했다.

커튼 하나에도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지는 걸 보면, 나 아직 멀었나 보다.


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간다.

오늘의 87.7kg은 어제의 나와 다르고,

오늘의 10km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가고,

오늘의 나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조금 더 나아가려는 하루.

그리고 그런 하루가 쌓이면, 분명 더 나은 나로 이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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