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데 단 것
엄마는 소금을 포대로 사다 쓴다. 소금이 충분히 있는대도 좋은 소금이 저렴하다 싶으면 사서 베란다에 돌을 괴어 그 위에 올려 두었다. 그래서 베란다 한쪽에선 늘 찝찔한 냄새가 났고 나는 그 냄새가 싫었다. 조금만 사다 쓰라고 그렇게 해서 싸면 얼마나 싸냐고 엄마에게 쏘아댈 때마다 엄마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냥 사서 쓰면 맛이 없어. 간수를 빼야 소금이 달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간수 뺀 소금을 한 꼬집 입 안에 넣어주면 더러운 게 입에 들어간 마냥 퉤퉤 거리며 말했다.
-소금이 짜지. 달긴 왜 달아.
믿을 수 없게도 입 안에 단 맛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가게를 시작한 후부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기본 육수다. 모든 국물 요리에 빠짐없이 쓰는 기본 육수는 맛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육수를 낼 때 간수 뺀 소금을 쓴다. 소금의 출처는 엄마 집이다. 본가에 갈 때마다 크게 한 통을 가져와 조금씩 아껴 쓴다. 예전에 나무라던 것이 분명 생각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간수 뺸 소금에 대한 예찬을 엄마 앞에서 해댄다. 엄마는 퉤퉤 거리던 내가 떠오를 게 뻔하지만 무안 주지 않고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는다.
며칠 전, 뭇국이 먹고 싶어 국거리 소고기를 사고 무를 한 통 샀다. 엄마가 끓이던 걸 오랫동안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순서를 잘 떠올려서 뭇국을 끓였다. 오래 먹어본 건 못 속인다. 제법 맛이 났다. 세 그릇 정도가 나왔는데 아내와 한 그릇씩 맛있게 먹고 한 그릇은 잘 포장해 두었다. 뭇국을 점심 메뉴로 팔 때 맛있게 드셨던 손님 한 분이 생각났다. 시간 되면 가져가시겠냐고 물었고 근처에 계시던 손님은 그러겠다고 답하셨다. 그로서 이번에 끓인 뭇국은 더 완벽해졌다.
귀한 소금을 얻어오는 주제에 나는 엄마를 나무란다.
-소금 이제 무겁잖아요. 말하면 내가 사다 쓸게요. 엄마 이거 사다 나르다가 허리라도 다치면 어쩌라고 그래요?
-허리가 왜 다쳐? 이거 안 무거워. 나 택배 시켜!
맞다! 우리 엄마는 인터넷 쇼핑도 할 줄 아는 신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