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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 작 Nov 23. 2023

망치들고 공상에 빠지면 안되는데

평창동사모님스타일 거실테이블

우리집 거실 가운데에는 접이식 캠핑테이블이 10년간 자리잡고 있다.

아웃도어용으로 샀다가, 마땅한 거실테이블이 없어서 거실에 두었다. 그리고는 마당, 바닷가, 캠핑장까지 '뽕을 뽑고도 다시 심고, 다시 뽑을 정도'로 이용해왔다.  

대형마트나 가구점에서 적당한 테이블을 사자고 호소했지만,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잡지에서 보던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평창동사모님댁 테이블이 아니라면, 그 이하는 그냥 판자때기에 불과하니 아무거나 쓰자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 고급 테이블이 있으면, 거기에 어울리는 고급지고 넓직한 거실이 있어야하고, 그런 거실은 ebs건축탐구 '집'에나 나오며, 그런 집은 대기업임원으로 은퇴한 고액연봉자만이 가능하니, 네깟 남편녀석은 '어림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당신을 평창동 '주방찬모'에서 '안방사모'로 만들어주리라!

최근 거실 디자인의 추세는 TV를 없애고, 거실반만한 테이블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가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TV대신 책을 읽을만큼 고상하지 않고, 큰 테이블은 빨래를 개는데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테이블이 제법 무거워 아내가 거실청소할 때는 옮기기가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바퀴를 달았다.

그런데 바퀴를 달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아차! 저분은 청소를 안하잖아?!"  

옆면은 책의 표지가 보이게 진열하는 라이브러리 삘~을 내보았고, 바닥쪽의 바퀴가 잘 보이지 않도록 아랫부분을 걸레받이처럼 마무리했다.


수납공간은 2단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안쪽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면 몸의 절반이 들어가야 할 정도로 깊다.

아내가 물건을 꺼내다가 밖으로 못나오는 일이 없도록 레일을 달았다.

레일이 깔린 큰 바닥판을 당겨서 꺼내는데, 아내가 인상을 쓰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왜?"

"영화에서 보던 시체보관실 장면같애!"


...이로써 '평창동사모님스타일 시체보관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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