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2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백 작
Nov 27. 2023
망치들고 공상에 빠지면 안되는데
길고양이도 쉬어가는 미니툇마루
단독주택은 대게 현관문 외에, 거실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큰 유리샷시문이 있다.
우리가족은 이상하게도 현관문을 놔두고, 꼭 이 샷시문으로 드나든다.
생각해보니 우리가족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MT로 간 펜션의 유리샷시문앞에 신발이 그득하게 널부러져 있는 장면이 쉽게 떠오르는 걸 보면 말이다.
원시시대부터 새겨진 인간의 DNA에는 '큰샷시문으로 다니고 싶은 유전인자'가 새겨져 있는게 틀림없다.
나는 이 출입구때문에 아이를 자주 혼냈다.
초등생인 아들은
밖으로 나올 때, 열린 문을 잡고 신발을 신는다. 그냥 신기에는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아들의 행동이 굼떠보여 닦
달한다.
"빨리 신어! 모기들어오잖아!"
"문 빨리 닫아. 집안의 고양이가 밖으로 튀어나가면 어쩌려고 그래!"
"신발신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거면, 그냥 집안에서 신고 나가!!"
"아냐! 잘때부터 미리 신고 있어!"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내 꼬락서니가 한심
했다.
'
편하게 신발도 신고, 문도 빨리 닫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렇지! 우리나라에는 툇마루가 있었지!!
툇마루의 높이는 문을 열고 첫발을 디딜 거실의 높이에 맞추었다.
툇마루와 거실을 오갈 때
단차가 있으면, 무심코 발을 디디다가 허리를 삐긋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바람이 들이칠 때, 슬리퍼와 운동화를 밑에 넣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다.
이건 예상치 못했지만,
길고양이가 우리집안을
편하게
염탐
할 수 있는
높이
이기도 하
다.
툇마루를 만들고 나니, 문을 여닫는 일로 아이에게 짜증을 낼 일이 없어졌다.
아이가 신발을 신기 전, 툇마루 위에서 여유있게 엉덩이춤을 추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동안
버럭 짜증내던 생각에 미안해서 눈물이 찔끔난다.
세상의
큰일에는 분개하지 못하고, 문을 빨리 못닫는 아들에게나 짜증을 내는 '나'란 아버지가 꽤나 부끄러웠나보다.
이런 작은 발판하나 만들 수 있는 아빠라서, 오늘은 너무 행복하다.
백 작
소속
직업
기술사
중년에 시작한 초보 1인목수의 목공하는 동안의 사색에세이.
구독자
17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망치들고 공상에 빠지면 안되는데
망치들고 공상에 빠지면 안되는데
작가의 다음글
취소
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검색
댓글여부
댓글 쓰기 허용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