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가 되어 보라 러그 뜨기
나는 미술치료 상담학과에 다니는
시니어다
색이 좋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어쩌다 보니 미술치료상담학과 4학기를
맞게 됐다
3학기 까지는 그런대로 잘 견디며
공부했다. 성적도 좋다
그런데 4학기실습을 기다리며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온다
장애아동 포함 다섯 명 미술치료를
5개월간 진행해야 한다는 것
일반아동만 가르치다가
장애아동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낯설고 두렵다
그 마음을 어쩔 수 없어 러그 뜨기를 시작했다
보라 실타래 3묶음을 사서
저녁마다 떴다
새벽까지 뜰 때도 있었다
풀어서 다시 뜨고 또 진행하고 다시 풀면서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가 되었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을 따돌리려
시아버지 수의를 짰다 풀었다
10년이란 세월을 견뎠다
오디세우스의 귀환!
나는 실습을 기다리며 두려움과 맞섰다
이제 좀 마음이 단단해졌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시작이다
아니 일반아동은 벌써 시작했다
두려움의 파도가 일면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면서 만다라 러그 뜨기를 한다
내 마음의 고요가 찾아온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지
해낼 거야
논문을 여러 편 찾아서 봤다
실제 수업에서 어떤 트릭이 나를 기다릴지는
모르겠다
나는 시니어 학생이다
할 수 있다
우리 집 거실에 놓인 보라 러그는 이런 사연을
담고 있다
보라 러그에서는 펑이가 논다
잠도 잔다
사랑이 머무는 보라 러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