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를 꺼내 보다
이 그림은 땅 속 이야기다.
봄이 오는 소리를 표현했다.
노랑이가 눈을 뜨려고 꼼지락 거린다.
봄의 뮤즈들은
"어서 눈을 떠? 갈색옷을 벗고 노랑 옷을 입으라고?"
씨앗 주위를 돌며 춤을 추는 봄의 뮤즈!
"봄이 왔어요"
"봄이 왔답니다"
"어서들 일어나세요"
나무는 벌써 물관이 열렸다. 파란 물을 가득 담고 봄 준비를 한다.
"봄! 봄이다" 누군가 소리치면
언제든 초록잎을 뾰조족 내 보낼 거다.
파랑 물관이 듬직하게 봄을 키워 낼 거다.
봄의 뮤즈들은 봄 보다 먼저 초록 모자를 쓰고 있다.
새벽부터 갈색 옷을 벗고 노랑 옷을 입었다.
나는 봄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린다.
봄 보다 먼저 봄을 맞는 그림을 그린다.
겨울에 모아놓았던 영양분, 똘끼 뮤즈 바탕 삼아 화사한 그림을 그린다.
땅 속 이야기는 내 마음 이야기.
긴 겨울 땅 속에 묻고 봄 햇빛을 파란 가지에 놓아둔다.
봄이다.
뮤즈다.
바람이다.
화가다.
(김옥란,봄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