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유리병에 담긴 알약은 사람 모양처럼 쌓여있다.

by 만두다섯개

정신가정의학과에서 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이틀째 먹는다. 업무가 끝나고 어두커니 백열등 노트북 화면을 바라본다. 다른 건 몰라도 인지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내가 내 마음속의 감정을 자갈처럼 이루 만지고 있다. 내 마음속에 가지런히 놓인 돌의 정체는 불안과 우울함이다. 물속에 침전된 돌 덩어리를 목적에 상관없이 쓰다듬는다. 수면 밖으로 돌을 꺼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냥 더 깊숙이 밀어 넣어버리고 싶은지, 물 샐틈 없이 꽉 쥐어 잡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내게 우울증이 있다고 깨달은 순간이라 멍 할 뿐이다. 식욕이 좋은 편인 나에겐 먹고 싶다는 생각과 느낌이 동시에 들며 메뉴를 고르곤 한다. 우울함도 비유하자면 비슷하다. 위에서 비어져 형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 마냥 마음이 온전한 형체를 이루지 못하겠다며 조곤조곤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헛소리를 싫어한다. 나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간부로 군대에 가기 위해서 다양한 심리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양한 합격 후기와 관련 서적에서는 일관성과 솔직함, 그리고 어느 정도 꾸며냄을 강조했다. 나는 솔직한 나를 원하지 않았기에 꾸며낸 나를 일관성 있게 답지에 보여주는 일은 쉬웠다. 수백 종류의 메뚜기 떼를 알고 있지도 않았고, 가끔 누군가 내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 항상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답했다. 그러자 나는 간부가 되었다. 전역 후 n 년이 지나 정신가정의학과에서 설문지에 솔직하게 항목에 응답했다. 삶아가는 것은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가 있으며, 내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이 모든 일의 답이 될 수 있지만 나는 죽지 않을 거라고 태블릿 화면을 눌렀다. 약간의 우울과 불안함이 있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 '약간'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평소라면 궁금했겠지만, 심판대에 오르기로 마음먹었기에 그냥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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