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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파 May 25. 2024

운동화 수선방

부캐의 탄생

“선생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나를 부르고선 이내 손가락으로 발을 가리킨다. 

운동화 끈이 풀어져 있었다.     


몇 달 전 새로 들어온 4학년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높진 않았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순하고 서로 배려를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선생님 말을 잘 따라주다 보니 수업 분위기도 늘 밝을 수밖에 없었고, 또 그러다 보니 아이들 생각 근육도 실력도 쑥쑥 커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느 날, 그 멤버들 중 한 명인 4학년 남학생이 운동화 끈이 풀어진 상태로 등원을 했다.


“이거 이 상태로 계속 걸어 다니면 나중에 운동화 끈 끝이 무뎌져서 빨고 다시 끈을 끼워 넣어야 할 때 엄청 고생해. 풀어지면 바로 묶는 게 좋아.”


그러고선 무릎 꿇고 풀어진 끈을 다시 리본 모양으로 예쁘게 매듭 지어줬다. 남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엉성한 매듭보다는 좌우 대칭이 잘 맞는 매끈한 나비모양 매듭이 좋겠다 싶어 신경 써서 정성껏 해주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여학생이

“선생님 저도......”     


그날부터 운동화 끈이 풀어지면 죄다 나에게 와서 발을 쑥 내밀었다. 

예쁜 매듭이 다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수업 전, 수업 후, 심지어는 수업 중에도 끈이 풀렸다며 나를 찾는데, 순수함이 넘쳐흐르는 아이들이다 보니 귀찮기보다는 손바닥보다 작은 운동화가 귀엽기만 하다.

   

요즘엔 다른 반에도 소문이 나서 한두 명씩 풀어진 운동화를 끌고 내게 오는 아이들이 생겼다. 

심지어는 중고등 아이들까지....

그러다 보니 이게 직업병인지 뭔지 나도 이제는 아이들과 얼굴 인사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운동화에 시선이 가곤 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 학원 'D'반은 운동화 수선 방이 됐다.

누구든 오너라 예쁜 나비매듭은 내가 책임진다!! 단, 찍찍이 운동화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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