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금이라도 느껴서 좋다
<회원님이 계획한 코스 안내도>
반백살을 살도록 어디를 가서 자세히 돌아다녀본 적이 없다. 집-직장-지인들의 집이 전부인 삶이다. 가끔 가족들과 관광을 다니긴 해도 어딜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 놀랬다. 현재를 살고 있는데, 늘 뭔가에 쫒기듯이 살아온 것 같다. 20대에는 일에 집중하느라, 30대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집중하느라, 40대에는 방황하느라 어딜 가지도 못했을까. 50대가 되니, 내 발길이 닿는 곳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엄청난 길치로 쉬운 길도 늘 헤메이기에 모르는 길은 가지도 않는다. 그러다 40대 달리기를 하게 되었고, 크루 회원님들을 따라서 우리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니 이런곳도 있어 신기했다. 트레일러닝을 하니 우리동네를 더 깊이 다닐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이제는 동네를 넘어서 서울 한양도성길도 가자고 하여서 따라왔다.
날을 잡았는데 기온이 너무 낮다. 갈수 있을까. 못 간다고 해야 할까. 바쁜 일상속에서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여러 생각속에서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회원님들의 시간별 타임라인과 지도를 보면서도 길치인 나는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지도만 봐도 신나고 두근두근 가슴 설레인다. 남산에 주차를 하고, 서울타워로 올라갔다. 수많은 계단에 누군가 매직으로 숫자를 적어두었다. 770이 보였다가 720이 보이기도 한다. 누가 맞는지 세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계단이 많다는 사실만. 계단을 다 오르니 서울타워가 보인다. 때마침 해도 뜨려고 한다.
성벽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백범 광장이 나온다. 이회영동상도 보았다. 그 아래로 내려오니, 한양도성의 정문이자 남쪽 대문 숭례문을 볼 수 있었다. 강북삼성병원 앞 사거리도 지나가는데 그곳은 한양도성의 서쪽 대문인 서대문이 있던 돈의문의 터라고 한다.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은 쉽다 가도 계단을 만나고, 정상 같은 곳을 만났는데, 또 다른 정상같은 곳이 있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바위기차도 보고, 정상위에서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점프샷찍기 놀이도 하면서 재미있었다.
더숲초소책방에서 따뜻한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추위를 녹였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풍경은 더 할 나위 없이 예뻤다. 누가 여기에 이런 예쁜 책방을 지었을까? 맛있는 빵에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10km쯤 되었다.
이제는 북악산으로 가야해서 창의문을 찾아야 했다. 길을 안내하는 친구가 살짝 헤매였다. 인왕산과 북악산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북서쪽 소문인 창의문(자하문)은 4소문 중 유일하게 옛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한다. 창의문으로 가는 길을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으니, 여기가 창의문이라는 답을 듣기도 했다. 어째든 길을 찾아서 북악산으로 향했다.
북악산의 성벽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벽인 만큼 경사도 매우 급격했다. 계단도 무척 많았다. 오를 때는 몰랐으나, 다녀온후 다리가 아픈 것은 북악산의 계단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양도성의 북쪽 대문 북대문(숙청문)을 만난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서 성벽과 어우러진 문이 괜히 신비한 곳으로 안내할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와룡공원을 지나서 경복궁쪽으로 내려왔다.
경복궁 근처의 미쉐린스타맛집을 9년동안 한 황생가칼국수집에 가서 맛있는 만두, 수육, 칼국수를 먹었다. 긴 시간동안 추위와 싸워서 일까 아니면 산을 뛰었다 걸었다가 해서 일까 음식이 다 꿀맛있었다.
경복궁의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 사이을 지나서 우린 덕수궁으로 달렸다. 그리고 계속 달려서 남산까지 다시 왔다.
회원님들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서울의 구석구석을 보게 되었다. 가는 길에 석파정이 보였고 그 옆에는 '기생충' 영화에 나왔던 계단이라고 하여서 신기했다. 그냥 알고 있는 도시 서울이 아니라 한양도성의 성벽과 문이 있었던 서울. 옛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다녔을까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현재 2026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곳을 어떻게 다니고 있을까.
한양도성길을 알려준 회원님과 함께 달려준 회원님들께 모두 너무 감사하다. 기회가 되면 우리집 아이들과도 함께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