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반죽〉 1화

이 레시피는 먹는 것이 아니다

제빵사가 무대에 오르기 전, 몸을 준비하는 법


나는 빵을 만든다.
그리고 요즘, 몸을 만든다.

이 글은 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아니다.
대신,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레시피다.


왜 요리책 형식인가

나는 오랫동안 반죽을 만져왔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단순한 재료들이 모여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그 과정을 매일 보면서 늘 생각했다.

“몸도 반죽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몸을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빵집에서 배운 세계는 달랐다.
빵은 타고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현대무용을 요리책처럼 기록하기로 했다.
몸을 재료로,
시간을 발효로,
무대를 굽기로.


왜 ‘현대무용’을 레시피로 쓰는가

현대무용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들었다.
그 말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제빵도 기술이 중요하지만,
결국 빵의 맛을 결정하는 건
손의 온도와 기다림의 태도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현대무용도 그렇다고 믿는다.
동작보다
몸을 대하는 태도,
시간을 견디는 태도,
멈춤을 허락하는 태도.


그래서 나는 이 예술을
‘훈련’이 아니라
레시피로 적어보려 한다.


빵과 몸이 닮았다는 깨달음

반죽은
치댄다고 바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만히 두었을 때,
가장 많이 변한다.

몸도 그렇다.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부서지고,
천천히 두었을 때 살아난다.

나는 화덕 앞에서
이상하게도 무대를 떠올린다.
굽히고, 기다리고,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순간.

그건 무대 위 배우가
조명 앞에 서기 직전의 상태와 닮아 있다.


이 연재는 무엇인가

〈움직임 반죽〉은
현대무용 입문 일기가 아니다.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예술론도 아니다.

이건
제빵사라는 몸이
창작자의 몸으로 발효되는 과정의 기록이다.

나는 언젠가
희곡을 쓰고,
연출을 하고,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세계관의 시작

이 연재는
“반죽 → 발효 → 굽기”라는 구조로 간다.

반죽: 수업, 연습, 몸을 만지는 시간

발효: 일상, 노동, 사랑, 실패

굽기: 무대, 글, 프로젝트, 장면

나는 지금
아직 굽지 않는다.
지금은 반죽과 발효의 시간이다.


첫 페이지를 덮으며

이 레시피는 완벽한 몸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대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몸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이다.

오늘도 나는 반죽을 치며
몸의 반죽도 함께 만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적는다.

반죽 1 : 움직임 1 : 시간 1
— 이것이 이창대식 기본 비율이다.


다음 화에서는
내가 어떤 몸을 재료로 가지고 있는지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이건 먹는 레시피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레시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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