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수원 행궁 성곽 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 직전의 바람.
성벽은 오래됐고, 우리는 이제 막 시작이다.
등장인물
나와 당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햇빛.
독백
우리는 특별한 곳에 오지 않았다.
유명한 레스토랑도, 계획된 이벤트도 없었다.
다만 걷고, 웃고, 바람을 맞았다.
성곽 위를 걷는 동안
내 인생은 잠시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날 나는 알았다.
데이트란 거창한 소비가 아니라
일상이 소풍으로 변하는 순간이라는 걸.
커피 한 잔, 사진 한 장,
그리고 오늘을 기억하겠다는 약속 하나면
하루는 충분히 특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