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수원 화성 근처, 루아즈 블랑제리.
짙은 나무 테이블, 오래된 유럽의 시간 같은 벽지.
커피 위에 크레마가 조용히 숨을 쉰다.
등장인물
나
그리고 당신
빵과 커피는 조연이지만 대사는 많다.
독백
우리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멀리 가지도 않았다.
다만, 하루의 속도를 낮췄을 뿐이다.
겹겹이 말린 크루아상처럼
이곳의 시간은 서두르지 않는다.
버터 향이 먼저 말 걸고
커피는 나중에 대답한다.
당신은 빵을 바라보고
나는 당신이 빵을 바라보는 얼굴을 본다.
그 순간,
오늘은 ‘일상’이 아니라
소풍이 된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고
사진 몇 장과
괜히 오래 머문 시간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하루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