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살아 있을 때는
가족이라는 게
특별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냥
집에 가면 있는 사람들이었고
밥상 위에 자연스럽게
모이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게 세상의 기본 설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가 떠났다.
그리고
세상의 설정이
바뀌었다.
엄마가 떠난 뒤
시간이 흘렀다.
4년 7개월.
그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냈다.
누군가는
일에 묻혀 살았고
누군가는
슬픔을 숨기며 살았고
누군가는
그냥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다시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고깃집이었다.
연기가 올라가고
고기가 지글거리고
사람들은 브이를 한다.
나는 그 장면이
조금 웃겼다.
엄마가 하늘에서
이 장면을 봤다면
아마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야, 고기 좀 뒤집어. 타겠다.”
아빠는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뒤집는다.
여전히
묵묵하다.
아마
우리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견뎌낸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누군가가 떠난 자리를
조금씩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엄마는 없지만
엄마가 남겨놓은 사람들은
여전히
여기 앉아 있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삼겹살이 아니라
“함께”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가족이라는 건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고기 한 점을
같이 먹는 시간이라는 걸.
엄마는
조금 일찍 떠났지만
엄마가 만든 가족은
아직
여기 있다.
그리고
아마
오늘 고깃집 테이블
어딘가에는
엄마 자리도
조금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