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 운동장에는
언제나 한 명쯤 애매한 아이가 있었다.
너무 어려서 팀에 넣기 애매하거나,
조금 느리거나,
규칙을 잘 모르거나.
그럴 때 우리는 말했다.
“너는 깍두기.”
승패와 상관없이
그냥 함께 놀 수 있는 자리.
문득 오늘 교회에서 그 단어가 떠올랐다.
예배를 마치고
따뜻한 밥과 국을 앞에 두고
동생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무너졌다.
아니, 어쩌면 다시 세워졌는지도 모른다.
한동안 나는 교회를 떠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앙을 떠난 것이 아니라
상처와 현실과 핑계 속에서
발걸음이 멈춰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이 자리에 앉아 보니
주일에 교회에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알겠다.
믿음은 거대한 확신보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은 용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용기를 붙잡아 준 건
사람들이었다.
말없이 옆에 앉아주고
밥을 같이 먹어주고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사람들.
그들의 어깨 위에는
아마 주님의 마음이 걸쳐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다시
깍두기처럼 받아들여졌다.
조금 애매하고
조금 지쳐 있고
조금 늦게 돌아온 사람.
그럼에도 그냥 끼워주는 사랑.
어쩌면 은혜는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와, 밥 먹자.”
라는 한마디 안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회는
나를 다시 사람들 속으로 껴준
하나의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