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빵집, 나
겨울은 제빵사에게 유난히 긴 계절이다.
손끝이 마르고, 숨이 김처럼 흩어지는 시간.
그럼에도 나는 이 계절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따뜻함’을 찾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새벽 세 시, 첫 반죽을 올린다.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고,
오직 오븐의 열기만 살아 있다.
그 열기가 나를 깨운다.
한때는 무대의 조명 아래에서 깨어났던 나였는데,
이제는 빵의 냄새 속에서 하루가 시작된다.
배우로 살던 때에는
한 문장을 천 번 연습했다.
제빵사로 사는 지금은
하나의 반죽을 천 번 만진다.
달라진 건 도구뿐,
결국 둘 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위한 일’
이라는 건 같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빵집은 붐빈다.
그 붐빔 속에서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본다.
얼어붙은 손, 움켜쥔 머플러,
그 손에 따뜻한 빵을 쥐어주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건,
배우 시절보다 지금 더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나는 여전히 무대에 있다.
단지 조명이 달라졌을 뿐이다.
대신 나는 이제 관객의 눈빛 대신
오븐의 불빛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불빛 안에서
‘나답게 산다’는 말의 의미를 매일 다시 배운다.
빵이 부풀어 오르는 그 순간,
나는 안다.
삶도 그렇게 부풀고 식고, 다시 시작된다는 걸.
겨울의 빵집은 그래서 내게 가장 인간적인 무대다.
뜨겁고, 고되고,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