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연출 공부 시작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조용했다.
빵 반죽을 치던 손끝에는 묵직한 반복의 리듬이 있었고,
화덕 안에서 익어가는 반죽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만들었고,
이제부터는 창조하고 싶다.’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연출에 관한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을 뿐인데
그 순간 이상한 전환이 일어났다.
책이 아니라
미래를 들고 나온 느낌.
어릴 때 나는 무대 위에서 세상을 만났다.
대사가 나였고, 숨이 연기였고,
조명이 내 존재의 증명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모든 것을 바깥에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연출가로서.
이제 나는
빵으로 사람을 먹이고
극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간으로 사람을 연결하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 들어서 다시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냐”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늦게 시작하는 사람은
이미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 나온 첫 연출책은
그저 종이가 아니라
내 인생의 다음 장이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믿는다.
가장 뜨겁고 가장 의미 있는 전성기는
흔히 늦다고 여겨지는 시기에 찾아온다는 것을.
오늘의 기록.
나의 제2막의 시작.
— 이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