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어깨와, 기댈 공간

사브레 쿠키에 담긴 고독과 위로의 미학

2025년 상반기,

뜨거운 환호 속에 마무리했던 수지노인복지관 '레트로 제빵소(시즌 1)'가 이제 시즌 2로 다시 어르신들을 만납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삶의 외풍에 더욱 취약한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여, 제빵사로서 저의 역할에 대해 더욱 깊이 사색하게 됩니다.

​제 중심 정체성은 늘 '기댈 어깨와, 설 땅'입니다.


​삶은 종종 촘촘히 짜인 고통의 직물 같습니다.

특히 노년의 고독은 달콤한 위로 없이 맞이해야 하는 '모래'와 같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첫 수업은 프랑스어로 '모래'를 뜻하는 <사브레 쿠키>를 선택했습니다.


1​. 모래를 씹는 고독, 버터를 머금은 위로


​사브레 쿠키는 달걀의 비율이 낮고 버터가 많이 들어갑니다. 그 결과, 입에 넣으면 사르르 부서지는 모래 같은 질감버터의 깊은 풍미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저는 어르신들의 삶 속의 고독이라는 모래를, 제빵이라는 행위와 소셜링을 통해 따뜻한 버터의 풍미로 감싸 안고 싶었습니다.


팍팍한 하루에 '즐거움 한 스푼'을 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제빵 수업'이 아닌,

'인생 베이킹 소셜링'인 이유입니다.


​2. 화덕빵집, 그 느슨하고 단단한 공동체


​4주간의 시즌 2는 단순한 레시피 전수(15년 경력 제빵사의 노하우는 덤입니다.)를 넘어섭니다.


​어르신들은 이곳 화덕빵집이라는 '기댈 공간'에서 반죽을 치대는 행위를 통해 응축된 감정을 해소하고, 옆자리 동료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고독한 개인들이 잠시나마 느슨하고 단단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순간입니다.


지난 시즌의 성공은 기교가 아닌, 이 '공간의 힘'이었습니다. 빵을 굽는 온기가 어르신들의 마음속 냉기를 녹이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죠.


​앞으로 4주간,

저는 셰프 이전에 한 명의 이웃으로서 어르신들의 반죽이 더 부드럽고 향기롭게 완성될 수 있도록 곁을 지킬 것입니다.


굽는 것은 빵이지만, 저희가 함께 빚어내는 것은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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