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빵이 건네는 위로
2025년 마지막 제빵 봉사는 단팥빵이다.
단팥빵은 묘한 은유를 품은 빵이다.
겉보기엔 단순하고 평범하지만,
속에는 시간이 만든 깊이와
조용한 온기가 들어 있다.
한동안 나는 제빵 봉사를 쉬었다.
가게를 열었으니,
이제는 내 이름이 붙은 빵을 팔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봉사가 아니라,
사업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가게가 잘 풀리지 않고,
이유도 모른 채 침몰하듯 무너져갈 때
나는 다시
제빵 봉사로 돌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조금 안다.
내가 빵을 굽는 이유가
돈이나 성취 이전에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따뜻함”이었다는 것을.
아직 내가 만드는 빵이
세상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럴 능력도, 그 정도의 규모도 없다.
그러나
춥고 외롭고 허기진 누군가에게
한 손에 들어오는 단팥빵 하나가
오늘 버틸 이유가 된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자격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제빵사이고 싶다.
겉은 소박하지만
속은 따뜻한 단팥빵처럼.
누군가에게
한 끼 같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이창대
연출하는 제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