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하츠에서 다시 만난 시간
나는 오랫동안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는 날’로만 살았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누군가에게 메시아의 탄생을 설명하거나,
무대 위에서 말과 노래로 그 의미를 전달하던 시절.
그러다 제빵사가 되면서
크리스마스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됐다.
이른 새벽부터 반죽을 치대고, 굽고, 채우고, 포장하고…
모두가 쉬는 날에, 나는 더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피곤한 날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 긴 하루”였다.
그런데,
사람은 참 신기하다.
같은 날이라도, 함께하는 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가 생긴다는 걸
나는 올해 다시 알았다.
작년에 함께 갔던 투하츠베이커리.
그곳에, 올해도 우리가 앉아 있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장소.
익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조용히 귓속말처럼 흘러가는 시간.
우린 커피를 마셨고,
따뜻한 빵을 나눠 먹었고,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순간조차
이상하게 충만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의미의 날이거나
혹은 타인의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었다면,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온 작은 기적 같다.
이제야 이해한다.
기쁨이라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같이 나눌 수 있는 삶의 모서리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올해 나는 감사한다.
예배에서 배운 사랑을
현실에서 경험하게 해 준 사람에게.
내 오븐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그리고 작년의 기억을 올해의 현실로 이어준 인연에게.
이제 내게 크리스마스는
일정도, 행사도 아닌,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날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의 맛은…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그리고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