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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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하루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어쩌면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온 이름 없는 다수의 이야기다.

김부장은
성공한 직장인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자신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야 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를 맞으며 다시 서 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오늘 아침의 화덕빵집 사장님을 떠올렸다.

불을 켜고
반죽을 만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침.

그가 말했다.
“부한 것도 아니고
가난한 것도 아니고
별일 없는 하루가 제일 좋아.”

이 말은
위로도 아니고
조언도 아니었다.
그냥 삶의 상태에 대한 보고였다.


나는 김부장을 실제로 만난다.
매일.
회사에서,
빵집에서,
현장에서.

그리고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나 역시
김부장이었고
지금도
김부장일 수 있다는 것을.

이창대의 삶은
극장과 빵집,
연출과 제빵,
꿈과 생계 사이를 오간다.


대단한 날을 꿈꾸며 살았지만
지금의 나는
‘별일 없는 하루’를
유지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무 사고 없이
아무 파국 없이
아무 실패 없이
오늘을 끝까지 사는 일.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을
내 삶의 문장으로 삼기로 했다.

별일 없는 하루가,
가장 어렵고
가장 위대한 하루다.

오늘도
그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김부장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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