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흙 위에서 나를 빚는 시간, 다완

by 빚는 한작가






찻사발을 빚는다는 건, 투박해 보이지만 결코 투박하지 않은 일이다.

다완의 단단한 곡선과 너그러움 사이엔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손가락에 힘을 주고, 흙을 눌러 뭉친다.

흙의 중심을 다지는 ‘꼬막 잡기‘ 라고 한다.

흔들리는 물레 위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건

결국 내 안의 흔들림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손끝의 압력, 나의 호흡, 물레의 속도.

이 셋이 하나가 되는 찰나,

비로소 흙은 중심을 찾는다.

꼬막이 완성되는 그 순간,

물레 위의 첫 문장이 써지는 것처럼

도자기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다완은 단순히 찻물만 담는 그릇이 아니다.

그 안엔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나’라는 존재가 담긴다.


다완의 역사는 깊다.

그만큼 형태에도 미묘한 규칙이 있다.

나는 그 단정하면서도 절도 있는 다완의 전통적인 선을 좋아한다.

그 곡선을 따라 손가락을 미끄러뜨릴 때,

마음이 정갈해지고, 차분해진다.




시간이 흐르고, 건조의 시간을 지나서

1800도의 가마에 두 번 올랐다가 내려오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고즈넉한 녹청자 다완이 완성된다.

푸르스름하고 맑은 빛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고, 더 고요해진다.




찻물이 담긴 다완을 손에 들고 있으면

나는 마치 내 감정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천천히, 조용히, 위로가 된다.

내가 빚은 그릇을 통해

내 마음을 들이키고 음미하는 시간.


그래서 나는 수많은 도자기 중에서도

다완을 가장 좋아한다.

차를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근심과 걱정을 들어주고

벗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다완은 찻물만 담는 그릇이 아니다.


다완은 나를 담고,

나는 그 안에서 치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