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고 하찮다. 별 볼일도 없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나는 보잘것없고 모자란다. 온갖 악독한 욕을 다 들어도 싸다. 그렇게 살아왔다. 어머니한테 험악한 욕을 다 들으며 마지못해 살아왔다. 그 욕을 듣고 있자니 죽을 것만 같았다. 아니, 죽으려고 했다. 얼마나 많이 죽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우주의 꽃’이었다. 그것도 단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꽃! 그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만 해도 기도다. 얼마나 놀라운가.
어느 날, 밖을 나가보니 놀랄 일이 벌어졌다. 땅바닥에 다이아몬드가 엄청나게 많이 뿌려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행인들이 그저 그걸 보면서 그냥 지나가고 있는 거였다. 가까이 가서 있는 대로 다이아몬드를 주웠다. 그 순간, 한 행인이 다가와서 왜 줍냐고 했다. 많고 많은데 주울 이유가 뭐가 있냐는 거였다. 그래서 둘러보니, 그 사람 말이 맞았다. 엄청난 수의 다이아몬드들이 천지사방에 깔려 있었다.
이렇게 상상해 보면, 다이아몬드는 돌멩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너무 많으니 값이 나갈 리가 없다. 다이아몬드가 가치가 있는 것은 수가 적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가? 다이아몬드와 비교할 수가 없다. 세상에 있는 모든 다이아몬드를 다 모아보면, 사실, 꽤 많다. 그런데 사람은 각각의 개인이 유일하다. 나와 똑같은 인생의 경험과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모는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지라도 내면이 똑같은 이는 결코 없다. 다이아몬드와 비교할 수 없이 귀한 존재가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내면에 우주가 있다. 그러니,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가.
기도는 절대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절대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 신이다. 신과 소통하는 것이 기도라면, 이 시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래된 기도’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 있다면, ‘오래된 기도 화답 시’는 일상에서 해나가야 할 ‘마음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실제로 행위가 이뤄지면 신과 소통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기도 화답 시’는 멍석을 깔아주고, ‘오래된 기도’는 그 멍석 위에서 노는 격이다. ‘오래된 기도’가 먼저 태어났지만, 그로 인해 멍석이 생겨났고, 멍석이 있어서 제대로 한바탕 놀 수 있는 셈이다.
-아, 선생님. 시의 의미가 너무나 깊어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저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말하듯이 돈을 많이 벌고 싶거든요.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돈 많이 버는 거라고 하잖아요. 일단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착각이었어요. 일단 돈을 많이 벌고 그게 착각인지 아닌지 알아보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언젠가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이면서 억만장자인 중년 남자가 자살했다고 해요. 그것뿐만 아니겠지요. 인기가 엄청난 연예인들도 자살하는데... 그렇게 생각해 보면, 부와 명예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건데요.
시 속에서 ‘우주의 꽃’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닿아요. 문득, 어릴 때 보던 책 ‘모모’가 생각났어요. 모모가 시간을 만든 호라 박사한테서 ‘시간의 꽃’을 받잖아요. 그 장면요. 너무나 장엄하고 거룩한 음악이 들려왔던 것으로 기억해요.
미하엘 엔데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모모’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로 그, 시간의 꽃 장면일 것이다. 모모는 호라 박사의 집에서 태양과 달과 별들의 내는 음악 소리를 듣는다. 단순히 음악만 아니라 영혼을 울리는 빛으로 다가온 우주였다. 모모는 ‘울리는 빛’이야말로 하나하나의 꽃을 여러 다른 꽃들과 구별되는 모습으로 호수의 심연에서 솟아오르게 해서 피어나게 해주는 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가 의도했건 그러지 않았건 간에 모모가 만난 시간의 꽃은 우주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 바로 ‘마음의 빛’ 말이다.
라가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부분, 시에서 가장 마지막 행에서 나오는 ‘우주의 꽃’을 떠올려보자고 했다. 우주의 에너지, 신과 하나가 되는 내 영혼의 중심, 내 영혼의 심지인 ‘빛’하면 떠오르는 빛깔을 상상해 보자고 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물질로 표현하기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엇비슷할 수 있는 빛깔을 떠올려서 색연필을 잡아보라고 했다. 라는 하늘색을 꺼내 들면서 말했다.
-사실은 이것보다 더 맑고 고운 옥빛이에요. 제 마음의 빛은요.
이제, 이 빛이 퍼지는 느낌을 색연필로 그려보자고 했다. 라는 가운데 몽글몽글한 동그라미를 그리고 햇살이 퍼져가는 모습처럼 그렸다. 하늘빛으로 된 태양 같았다. 이 느낌을 마음속으로 간직한 채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도록 했다. 온몸과 마음을 이완한 채 느껴보자고 했다.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주어져 있고, 육신의 삶을 끝내서도 여전히 존재할 영혼의 핵심, 영혼의 심지, 영혼의 중심인 ‘빛’을 알아차린다. 이 빛은 신과 하나가 되는 자리이며 우주의 에너지와 함께 하는 곳이다. 이 빛 안에서 나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위로와 격려, 포옹을 해주는 ‘나만의 새’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린다. 지금, 현재, 이 순간 이 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이 느낌을 그대로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눈을 뜨면 된다.
-아주 포근하고 맑은 느낌입니다. 옥빛이 제 마음속에서 환하게 퍼졌어요. 제가 앉은 주위가 다 환해질 정도였어요. 제 안에 이런 빛이 있다니, 너무나 놀라워요. 늘 어둠만 가득하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러니까 이 옥빛은 혼자가 아닌 거군요. 우주의 에너지, 또는 신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지요? 이 옥빛을 그동안 느끼지 못한 것은, 많이 두껍게 가려있어서 그런 거였군요. 먹구름이 가려져서 하늘이 안 보이던 것처럼요. 이제 이해가 되었어요. 더구나 이렇게 체험도 했으니까 이 옥빛이 제 마음의 중심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도도새가 이 안에서 살고 있군요. 그래서 늘 에너지가 충만한 거군요! 이 사실을 오늘 깨달았어요.
이번 시간은 제가 새로 태어나는 것만 같아요.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나타난 하늘 같아요. 마음이 편해지고 강해진 느낌도 듭니다. 아, 이렇게 개운한 느낌이 들다니요! 이제 이런 긍정 기분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조금씩 온전해지는 것 같아요.
아주 잘 해냈다고 칭찬을 하자 라가 환하게 웃었다. 다음 시간까지 해올 과제를 내주었다. ‘괜찮아, 잘했어. 잘할 거야’는 아침 눈뜨자마자, 자기 직전, 낮 동안 하루 3번씩 날마다 해오기. ‘감사합니다’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밤에 자기 직전 날마다 해오기, 도도새가 해주는 ‘괜찮아, 잘했어, 잘할 거야’는 나를 안아주는 모션과 함께 원하는 시간에 하루 한 번씩 매일 해오기. 이렇게 날마다 하고 난 느낌을 한 줄 이상 정도 프로그램하는 전날 적어오라고 했다.
-벌써 열 번이나 만났군요. 믿어지지 않아요.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어요.
라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허리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