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청아 Oct 07. 2022

의지박약인 당신, 바뀌고 싶다면?

feat. 역행자 - 자청

바뀌고 싶다면? 정체성을 가져라!

군대에서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야기다.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의미 없이 보내는 일 조차도 질린다. sns도, 유튜브도, 웹툰마저도 이미 지겹도록 봐 딱히 볼 것도 없었다. 그래서 책을 잡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나름 재밌고 시간이 잘 간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고양감이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다.


그러다 선임이 내게 군 지원금으로 ‘밀리의 서재’(전자책 사이트)를 쓸 수 있다며 추천해주었다. 과정이 조금 번거로워서 처음 한 번 추천해줬을 때, ‘빨리 신청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까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선임은 고맙게도 며칠 뒤 한 번 더 추천을 해주었다. 이번마저 까먹으면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바로 신청했다.


밀리의 서재를 신청하고 나서는 읽고 싶었던 소설을 주구장창 읽었다. 전자책 특성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항상 읽었다. 또 재미있는 책을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나는 주변에 이미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근데 소설책만 읽으면 별 의미가 없지 않아?”

나도 속으로는 어느 정도 동의했고,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정도만 생각했다. 생각을 입 밖으로 내려던 찰나, 선임이 아니라며 소설을 읽는 것은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것은 곧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진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나도 몰랐던 답을 내려줬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세상을 더 넓게 보기 위해 책을 읽는 아이가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소설책을 읽다 보니 책 읽기에 재미가 들렸고, 책 읽는 습관이 들었다.  그제야 다른 장르의 책도 읽어보고자 했다.


당시 베스트셀러 1위였던 역행자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역행자는 실행과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였다. 역행자는 오만한 것 같으면서도 나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말만 해줬다. 신기하게도 오만한데 전혀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웠다.


역행자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하는 것이라고, 본인이 아무리 말해도 실행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90%는 실행하지 않으니까 실행하기만 하면 이미 10% 안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매일 2시간 독서와 글쓰기를 추천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서도 실행을 하지 않으면 내가 원숭이가 된 것만 같았다. 그건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기에 그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최소 2시간씩 책을 읽었다. 주말엔 하루 6시간씩 책을 읽곤 했다.


게다가 당시 나는 또래상담병이 되고 싶었다. 입대했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리가 난다 하더라도, 희망자가 많아서 면접을 보게 될 거란 말을 전해 들었다. 미래에 있을 또래상담병 면접을 위해 온라인 상담 프로젝트를 바로 진행했다. 또래상담병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상담을 해보는 시도는 누구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상담 프로젝트는 내 삶의 전반적인 의미를 바꾸어 주었다.


내겐 뛰어난 전문성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전문성과 경험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소통이다. 책을 통해 현명한 사람들과 시공간을 넘어서 소통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생각과 지식을 얻고 그 사람의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잠시 살아본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담에 앞서 상담 관련 책 위주로 많이 읽었다. 상담을 하다가 내가 지식이 모자라 상담을 못해주는 것 같으면 더더욱 독서에 매진했다. 다시 인문, 심리학적 지식을 쌓았다. 그러다 보니 내게도 상담의 틀이 잡혔다.


가장 고마웠던 것은 내담자들의 반응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 혹은 도움 하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넘치도록 고마움을 표했다. 내가 이런 고마움을 받아도 될 만한 사람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치유된다는 사실을. 내가 그들을 치유했을 뿐 아니라 그들도 나를 치유했다. 감사의 말을 들으면 그날 하루가 뿌듯했다. 더 열심히 할 동기가 생겼다. 굉장한 선순환이었다. 사람들을 더 도와주기 위해서 책을 더 읽었고, 그들은 더 강한 반응을 보여줬다.


특히 나는 책에서 보고 들은 내용으로 다른 사람들을 상담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단순히 내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전문성도 있었다. 또 그 책을 추천해줌으로써 사람들과 같은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였다. 내가 추천해준 책을 읽은 순간, 우리는 같은 책을 읽었다는 동질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들이 추천해주는 책도 나는 항상 읽었다.


한 명 한 명 치유할 때마다 느꼈던 것은 내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내 뜻을 나누고 치유할 수 있으면 어떨까? 더 많은 사람과 만나 소통할 수 있으면 어떨까?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은 내가 자고 있는 시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읽혀 독자들을 치유해줄 수 있었다.


나는 정체성이 사람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나를 책상으로 꺼낸 힘도, 유치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내가 뭐라도 된 듯한 고양감에 취해였다. 독서가라는 정체성이 내게 만들어졌고, 다음은 상담가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쓴 후엔 작가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그 정체성들이 나를 바꾸었다. 책을 읽게 했고, 사람들에게 선순환을 끼치고자 했고, 글을 써서 나누게 했다.


나중에 또래상담병 면접을 보았을 때, 압도적인 차이로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는 또래상담병이 되었다. 과연 내가 여전히 흥청망청 시간을 쓰고 있었다면 할 수 있었을까? 단연코 아니다. 정체성은 곧 원동력이다. 여러분도 정체성만 가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에 맞게 행동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바뀌고 싶다면? 정체성을 가져라!


p.s. 내가 선임이 한 번 추천해줬을 때 까먹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까먹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글을 며칠 뒤에 다시 한번 보길 바란다. 내가 까먹지 않고 잘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