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증명한 나의 맥주 공부기
오늘은 비어소믈리에로 불릴 수 있는 자격증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가 처음 맥주를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책상에 앉아 이리저리 검색해보고, 맥주 관련 글을 많이 쓴 사람들의 이력을 따라가며
하나씩 실타래를 풀듯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면, 결국 자격증이라는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자격증 도장깨기를 하기로.
� 첫 번째: 되멘스 비어소믈리에
나의 맥주 자격증 여정은 Doemens(되멘스)에서 시작됐다.
독일 뮌헨에서 시작된 이 과정은 유럽 맥주 전통에 기반한 가장 클래식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맥주의 역사, 양조법, 스타일, 서비스, 그리고 감각 훈련까지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되멘스는 매해 1~2회 국내에서 운영되며,
2주간 주말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타이트한 수업과
마지막 날 시험을 통해 수료 여부가 결정된다.
이 과정을 마치면 국제 공인 비어소믈리에 칭호를 사용할 수 있고,
그다음 단계인 디플롬 비어소믈리에 과정을 통해 상위 교육으로 진입할 수 있다.
디플롬 과정은 대략 2~3년에 한 번 정도만 열리기 때문에
‘바로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2년마다 한 번 열리는 국제 비어소믈리에 챔피언십이 있다.
나는 현재 디플롬까지 마친 상태로, 추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그 무대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
� 두 번째: Cicerone 프로그램
미국에서 시작된 Cicerone (시서론) 프로그램은,
와인에 소믈리에가 있다면 맥주에 있어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 자격제도다.
서비스 현장에서의 실무 역량, 서빙 위생, 고객 응대, 저장 및 페어링 등 매우 실용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Cicerone은 총 4단계로 나뉘며,
Certified Beer Server → Certified Cicerone → Advanced → Master Cicerone 순으로 올라간다.
나는 현재 Certified Beer Server 자격을 취득했고, Certified Cicerone의 실기까지 합격한 상태다.
4시간짜리 영어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Cicerone 본부에서는 이 시험을 두고
“미국 변호사 시험보다 합격률이 낮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치밀하게 설계된 시험이고, 실무성과 논리력, 감각 언어 모두를 요구한다.
� 세 번째: BJCP Judge
세 번째 자격은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
이는 말 그대로 맥주 심사위원 자격 제도로, 스타일 감별력과 테이스팅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증받는 체계다.
전 세계 홈브루 대회나 상업 맥주 콘테스트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되는 심사 기준이기도 하다.
시험은 1차 이론(온라인), 2차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구성되며
정확하고 밀도 있는 언어로 평가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점수에 따라 Recognized / Certified / National / Master Judge로 등급이 구분되고,
나는 현재 BJCP Judge ID를 부여받고 그 등급에 대해서는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되멘스를 제외하고, Cicerone과 BJCP는 혼자 공부하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외롭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공부는 이제 그만하겠다며?”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던 시기였다.
특히 되멘스 첫 수업 날.
자기소개를 하던 순간, 나는 직감했다.
여기엔 이미 업계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많았다.
맥주가 좋아서, 그냥 공부해보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은 눈에 띄게 드물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는 작아졌다.
경력도 없고, 인맥도 없고,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오기처럼 다짐했다.
내 공부 근육을, 내 감각을, 내 방식으로 증명해보겠다고.
그게 나의 비어소믈리에 자격 도장깨기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 글은 브런치북 시리즈 「나는 비어소믈리에가 되기로 했다」 중
3편 / 비어소믈리에 자격증 도장깨기 입니다.
이전 글: 비어소믈리에, 감각을 깨우는 사람
다음 글: 감각은 훈련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