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의 실험들
되멘스 수업 첫날, 나는 한동안 감탄 속에 빠져 있었다.
세상에, 맥주가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니.
BJCP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27개의 메인 카테고리에, 그 아래 수십 가지 서브 스타일이 존재한다.
라거와 에일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검은 맥주는 다 기네스인 줄로만 알았던 나에게 이 수업은,
그야말로 감각의 세계를 여는 입문 강의였다.
수업 중간중간 진행된 시음 시간, 익숙한 라거를 마시는 순간 코끝에 스치는 향들이 나를 멈춰 세웠다.
‘맥주에서 향이 난다고?’ 그것도 이렇게나 다양한 향이? 충격은 금세 불안으로 바뀌었다.
되멘스는 적지 않은 수강료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대로 시험에 떨어지면, 마음보다 지갑이 먼저 아플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쉬는 시간, 결국 나는 선생님께 다가가 물었다.
“테이스팅 능력은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저도 처음엔 똑같았어요. 훈련하면 분명히 느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훈련’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단지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 가능한 걸까? 물론 그 자체도 공부였다.
나처럼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이 많은 사람에게는,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낯선 감각을 여는 일이었다.
오래전, 미국에서 살던 시절 지역 커뮤니티에 어울리고 싶어 와인 소믈리에 과정(WSET)을 수강한 경험이 떠올랐다.
그때 아로마 키트를 옆에 두고 향을 익히며 공부했는데, 맥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타일별로 예상되는 향을 익히고, 실제 맥주에서 그것을 찾아내는 반복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와인과는 또 달랐다.
와인은 시음 후 뱉을 수 있지만, 맥주는 목넘김까지 감각의 일부이기 때문에 끝까지 마셔야 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몸도 반응한다.
취한다. 그리고 배가 부르다.
긴장감을 유지하며 테이스팅을 계속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이 무너지는 걸 느끼면, 나는 조용히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라고 마음속 선을 그었다.
예전에는 마시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맥주였는데, 막상 공부가 되니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틀 연속 시음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 위엔 텅 빈 맥주병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다.
혼자 이걸 다 마셨다면 아마 응급실에 실려가서 위세척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개수대로 버려지는 맥주가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아깝다고 해서 다 배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게 아니라, 비교하고 구분하기 위해 마시는 순간들.
맥주는 여전히 좋아했지만, 그 사랑은 어느새 훈련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남편이 많이 도와줬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연습을 할 때면 그는 늘 출제자 역할을 맡아주었고, 나는 답을 맞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틀릴 때는 장난처럼 놀리고, 맞힐 때는 진심으로 놀라워하며 웃는 그 덕분에 이 공부는 조금은 덜 외로운 일이 되었다.
그는 맥주를 마시지 않지만, 옆에서 수없이 출제하다 보니 스타일별 특징과 향까지 익히게 되었고,
어느 날은 먼저 “이거 페일 에일 아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말하곤 한다. 남편은 어느덧 서당개가 되어 있었다.
감각은 훈련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매일 조금씩 더 느끼고자 애쓰는 훈련,
스스로의 미묘한 감정에 귀를 기울이려는 반복,
그것이 결국 나를 바꾸었다.
맥주를 더 깊이 느끼고, 나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 글은 브런치북 시리즈 「나는 비어소믈리에가 되기로 했다」 중
4편 / 감각은 훈련될 수 있을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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