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물여섯, 엄마가 되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그렇지만 조금 낯설다 너 그리고 나도.

by 뚜루

내 나이 만 스물여섯.

대학교 신입생 시절부터 풋풋한 연애를 해왔던 오빠와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요즘 세상에 걸맞지 않게 나는 일찍 결혼한 셈이다.


여중, 여고를 다녔던 나는 대학만 간다면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말을 숱하게 듣곤 했다.

대학만 가면 남자친구가 생긴다고? 막연한 기대와 꿈에 부풀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대학교에서만 합격통지를 받았다.


여대는 여중, 여고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여대는 소문대로 정말 미팅이 많았다.(약 9년 전)

삼삼오오 모여 여기저기 쏟아지는 미팅에 휩쓸리듯 나갔다.

그렇게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만 스물여섯, 나는 그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신혼여행지에서 돌아온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나는 두 줄의 임신테스트기를 보았다.


처음 두 줄의 임신테스트기를 보았을 땐, 말 그대로 믿기지 않았다.

나는 예상외로 빠르게 임신이 되었다.

처음 든 감정은 당혹감, 그리고 절망감이었다.


나는 로망이 있었다.

나와 남편이 각자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와 맛있는 저녁식사와 맥주로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며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그런 로망 말이다.

내가 이렇게 머릿속으로 그리던 로망(바로 아기가 없는 신혼)을 오래 즐기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나의 계획은 두 줄과 함께 무너졌다.

그 무엇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그리고 무모하게도 아기가 잘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주를 의심도 없이 믿었다.

아기는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말을 믿었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건 다 거짓말이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는 이제 내가 평생 걱정해야 할 존재가 생겼구나,

기쁨보다는 슬픔이었다.

아기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된 지 2주가 지났을 때 아기는 건강하게 아기집을 만들어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무엇을 먹는지, 몸 상태가 어떤지, 마음은 어떤지 계속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태교를 위해 새삼스레 나의 몸, 마음을 살피면서 지난날 나는 스스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흠칫 놀랐다.

'왜 나는 그동안 나를 돌보지 못했을까, 바쁘다는 핑계였을까?'


이런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게 정말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