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임신소식을 전하는 것은 부담 그 자체였다. 주인공이 되는 일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조차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즐겨볼걸 그랬나 싶다가도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집중받는 상황이란 역시나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내가 임신소식을 전한 이야기이다.
친구 A
“거봐 내 말이 맞지?” 내 임신소식에 친구 A는 호탕하게 웃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A는 나의 임신 소식을 나보다 먼저 예측했다. 친구는 결혼식 일주일 후 신혼여행 중에 연락을 해왔다.
‘너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돌아오면 연락 줘.‘
무슨 이야기일까 싶어 돌아오자마자 부리나케 연락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태몽인지 예지몽을 꾸었다고 했다.
나의 결혼식장 로비에서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겉싸개로 돌돌 감싸진 갓난아기를 안고 있더란다. 친구는 갓난아기가 너무 귀엽고 반가워 “이 아기 누구 아기예요? 귀엽다”라며 볼을 만지려는데 할머니가 손을 탁 치며 “김뚜루 아기야 만지지 마!”라고 혼내더란다.
친구는 꿈 내용이 너무 생생해 혹시 나에게 아기가 생긴 건 아닐까 싶어 연락했다고 했다. 임신소식을 알기도 전이었는데 친구의 꿈에 예지몽(혹은 태몽)으로 임신소식이 전해지다니! 아직도 신기하다.
우연인지 내 결혼식이 끝나고 6일 후, 어린 시절 나를 키워주시던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꿈을 꾼 시기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시기가 비슷했다. 친구 꿈속 할머니가 돌아가신 나의 친할머니인 것만 같았다. 이 꿈을 계기로 이 아기가 할머니가 주신 선물이라고 믿고 있다.
엄마
나는 엄마에게 신혼생활을 오래, 길게 즐기겠노라 계속해서 말해왔다. 사실 엄마는 딸이 일찍 결혼하는 것에 내심 많이 아쉬워하셨다. 딸이 해오던 말도 있고 아직 어리니 천천히 아기를 가지겠지 생각하셨다고 했다.
임신 소식을 전할 때 엄마는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나의 임신을 전화로 듣게 된 엄마는 너무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어 되려 화를 냈다. ”너 나중에 늦게 갖는다며! 이거 어쩌니!“
엄마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와 말투에 마치 난 사고를 친 딸이 된 느낌이었다. 엄마는 예상치 못하게 임신한 딸이 멀리서 힘들까 걱정되어 그러셨을 거다. 엄마도 딸이 임신했다는 건 처음이니까, 할머니가 처음이니까. 엄마의 반응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남편
남편의 입장에서는 자다가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을 거다. “큰일났어 진짜”
나는 다짜고짜 낮잠을 자던 남편을 깨워 거실로 끌고 나왔다. 거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본 남편은 눈을 다시 비비며 “혹시 테스트기 잘못된 거 아니야?” 라며 깜짝 놀랐다.
요새는 임신을 했다고 하면 아내가 남편을 위해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놀란 우리는 이벤트는커녕 당황과 놀람 그 자체로 임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며 웃었다.
임신소식을 전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조심스레 임신소식을 전하면 대부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너 왜 이렇게 빠르니!’라는 표정으로 깜짝 놀라곤 했다.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지만 너무나 축하해 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얼떨떨한 임신임에도 기쁘고 벅찬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