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참을 수 없는 무거움
안녕하세요 작가 뚜루입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저의 이야기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주일 전, 이사를 했습니다. 그간 친정엄마와 아기를 키우다가 남편이 있는 신혼집으로 아기와 이사를 왔거든요.
일주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글을 미리 쓰지 못해 구독자분들을 기다리게 했던 건 아닐지 염려가 됩니다.
앞으로는 글이 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거든요! 그럼 이만 시작해 보겠습니다.
임신 8개월 무렵, 정기인사 시즌에 맞추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시작하였다.
'내가 휴직을 하다니...! 드디어 일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이라니!'
회사를 다니지 않은 상태로 돈이 따박따박 나오는 건 상상만으로도 짜릿했는데 실제론 더 짜릿했다.
마음 같아선 폴짝폴짝 뛰고 싶었다. 그렇지만 임신 전보다 13kg이 늘어난 상태였다. 인생 최대 몸무게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몸무게였는데 그때 그 시절이 무색할 만큼 체중계 속엔 처음 보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휴직을 시작하고 아기를 만나기 전까지 2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다. 비로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시간이었다. 난 휴직 후 꼭 하고 싶은 일들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었다. 마치 수능 끝나면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는 고등학생의 마음과 같았다.
미뤄왔던 책도 읽고 음악을 들었다. 조용히 글도 쓰고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에 가서 사진도 찍어보았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해 가보고 싶었던 소품샵에 가서 그릇도 샀고 산책도 매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참 좋아하는 나는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고 쉬기만 할 수만은 없었다.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계획적인 사람으로서 준비되지 않은 아기와의 만남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 그래서 맘카페, 블로그, 인스타 정보 등을 샅샅이 살피며 출산 준비물, 육아꿀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기 물건 리스트]
국민아기모빌, 분유제조기, 디럭스 유모차, 신생아용 아기띠, 체온계, 역류방지쿠션, 기저귀갈이대, 기저귀갈이대 PVC 매트, 젖병소독기, 신생아용 젖병, 젖꼭지, 쪽쪽이, 젖병세척솔, 젖병건조대, 젖병집게, 젖병세제, 세탁세제, 분유포트, 포대기, 아기슬링, 아기면봉, 로션, 크림, 바디워시, 수딩젤, 바디슈트, 턱받이, 손수건, 천기저귀, 손톱깎이, 세탁망, 온습도계, 손싸개, 아기모자, 양말, 방수매트, 드롭비타민, 이동식 침대, 물티슈, 소독티슈, 딸랑이, 목욕대야 2개, 아기 욕조세정제
이 많은 물건들을 사고 쌓아놓다 보니 아기방은 벌써 꽉 차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아기 옷과 손수건 세탁에 앞서 세탁기 통세척을 한다. 아기세제를 넣고 세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건조대에 차곡차곡 널어 자연 건조한다. 다음엔 건조기의 먼지떨이 기능을 이용해 먼지떨이를 한다. 몇몇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과정을 3번 반복한다고 한다. (나는 2번으로 만족했다.)
아기 목욕대야는 아기욕조세정제로 꼼꼼하게 닦아내고 딸랑이와 모빌은 소독티슈로 말끔하게 닦아낸다. 그리고 옷과 손수건은 차곡차곡 접어 깨끗한 지퍼백에 넣어 통에 보관한다. 한편 '맘마존'이라 불리는 아기의 먹을 것과 관련한 물품들은 전부 살균소독을 한다. 젖병과 젖꼭지, 쪽쪽이는 팔팔 끓는 물에 삶아내고 젖병소독기와 제조기는 젖병세제로 깨끗하게 씻어낸다. 심지어 분유제조기는 내부에 보이지 않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식초물로 여러 번 세척한다. 그리고는 먼지가 쌓이지 않게 큰 봉투에 넣어 주방 서랍 속에 보관한다.
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임에도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몸이 너무 무겁고 발과 종아리는 퉁퉁 붓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눈물이 나기도 설렘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사야 할 물품들은 어찌나 많은지, 닦고 세탁해야 할 것들은 왜 쌓여있는지 몸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빠진 물건들이 없는지 여러 번 확인하며 정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기를 만나기 전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잠깐씩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정말 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