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이사와 군인아파트

by 뚜루

드디어 휴직 인사발령이 났다.

휴직과 동시에 지방 어떤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신혼을 시작했던 아파트에서 꼬박 1년을 살았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기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이사가 시작되었다.


남편의 직업은 군인이다. 나는 남편의 제복 입은 모습에 반했다. 연애 초기, 터미널에 제복을 입고 나를 만나러 온 남편이 듬직하고 멋있어 보였다. 남편과 결혼할 줄 알았냐고? 그렇다. 나는 사실 오래 사귄 남자친구(현 남편)와 별일 없으면 결혼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여기서 별일이란 오락가락하는 나의 변심.. 혹시나 하는 0.1%의 확률이었다.)


어쨌든 만삭에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심지어 군인아파트, 관사로.

관사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팀장님은 우스갯소리로 “요즘엔 거기서도 김장 안 하지?”라고 하셨다.

군인아파트 관사에 살면 높으신 분(?) 집에서 김장할 때 후배 와이프들이 김장을 도와야 한다며 나를 놀리는 말씀이었다. “이제는 안 하겠죠! “ 웃으며 대답했다.


김장이든 뭐든, 관사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김장은커녕 심심했다. 그리고 답답했다. 남편을 기다리는 게 하루 일과였다. 심지어 일도 안 하고 나갈 일은 없고 배는 무거워 누워만 있으니 여러모로 힘들었다. 집 밖은 부담스러워서 마음 편히 나갈 수 없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조심하게 됐다.


하루는 에어컨을 설치하는데 설치 소음이 너무 커서 혹시나 같은 동에 사는 다른 선후배분들께 피해가 될까 같은 동 모든 호수에 롤케이크를 돌렸다. 뒷말이 나오는 게 무서웠다.

정말이지 하나하나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누군가는 관사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가 그렇게 조심스럽냐 할 수 있겠다. 맞다. 사람 사는 곳인데 너무 겁먹은 걸 수도 있다.

내 속마음은 그저 남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것. 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들 입 밖으로 오르내리지 않는 것. 그것뿐이었다.


슬기로운 관사생활은 어떻게 하는 걸까?

집에서 그저 남편을 기다리며 혼자서도 노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낯선 타지에서 과연 다른 누군가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낯설고 외로운 이 곳에서 아기를 키우는게 과연 어떨지 걱정이다.

여러모로 내 마음에 소용돌이가 치는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