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이 많은 눈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by 코알라


“무무야! 무무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자꾸 부르면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야옹~’ 하고 내 다리에 자신의 정수리를 비벼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무는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은서는 누워있는 무무를 지켜볼 뿐 무무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가가서 무무를 만지는 순간 무무의 죽음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져 왔지만 이상하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과 이미 일어나버린 일 사이에서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멍한 자세로 무무만 바라볼 뿐이었다.

은서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서서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무의 화장실에는 무무가 생산해 낸 감자와 맛동산(고양이의 소변이 응고제와 합쳐져 만들어진 모양을 흔히 감자라 부른다. 이와 비슷하게 고양이의 대변 모양을 빗대어 맛동산이라 부른다.)이 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건강한 그것과 같았다. 무무의 밥그릇에는 무무가 먹다 만 사료도 보였다. 하루 두 끼를 꼬박꼬박 시간만 되면 쫓아다니며 달라고 했던 아이였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가 없는 동안 배고플까 봐 여행 가기 전 밥그릇 가득 담아주었었는데 속상하게도 사료가 조금 남은 채 놓여있었다. 그 외에는 어제 떠났던 상태와 다름없이 주변은 매우 깨끗했다. 요즘 들어 헤어볼을 자꾸 토해내서 걱정을 했었는데 은서가 없는 이틀 동안 헤어볼을 토해낸 흔적은 없었다. 헤어볼을 토해내기 전 유난히 꿀렁거리며 힘들어하던 무무가 생각이 났다.


‘괴로워하며 죽지는 않았구나.’


그런 마음이 들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많이 괴로워하다가 떠났다면 무무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은서는 여행을 떠나기 전 개도 아닌 고양이에게 '집 잘 지키고 있어.'라며 인사를 남기고 떠났었다. 여행지에서도 무무 생각이 났지만 언제나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자며 그저 언젠간 오겠지 무심하게 기다릴 무무였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쨌든 혼자서 서서히 흐려져가는 기운을 감당하며 갔을 무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은서는 무무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눈도 곱게 감겨 있고, 입도 다물고 있었다. 죽은 것 같지 않게 너무도 완벽하게 잠이 든 듯 평온한 무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무를 만져보았다. 그러자 이미 차가워진 무무의 몸이 매우 딱딱하게 만져졌다. 내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무무야”


그러자 답답하게 꽉 막혀있는 듯했던 가슴속 무언가가 부풀어 펑 터진 듯 주체하기 힘든 감정의 덩어리들이 분출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고, 눈물과 함께 입에선 자꾸 무무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무무야,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해. 무무야, 정말 미안해.”


은서는 소리를 내서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껏 무무에게 미안했던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니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자꾸 사과를 했다. 이제야 와서는 울고만 있으니 또 미안하다고 했다. 널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사과를 해도 해도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평소엔 영혼의 존재를 믿지도 않았지만 오늘따라 무무의 영혼이 내 옆에 있는 듯했고 그래서 무무의 영혼이라도 붙들고 온 힘을 다해 사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흘러넘쳐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서는 무무가 생을 다하고 떠나는 날이 오면 눈물도 나오지 않을까 봐 살짝 걱정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은서의 착각이었다. 이 많은 눈물이 어디서 오는지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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