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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것저것 Jun 24. 2022

곤란한 질문

무슨 답을 원하세요?

어떤 사람 좋아하세요?

이상형이 뭐예요?

매력의 기준이 뭐예요?

MBTI 뭐예요?  


저 문장들만 봐도 벌써 숨이 막힌다. 나는 저런류의 질문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이상형이 뭐냐는,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묻는 질문들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을 때, 자신들의 외형과 맞지 않는 답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할지 너무 뻔하다. 그때의 어색한 기류가 너무 싫고 그 자리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매력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얼버무린다. 애매하지만 둘러대기엔 좋은 말인 것 같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참 좋겠지만, 매력의 기준이 뭐인지 매력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사람들에겐 그냥 저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딱히 뭘 선호하고 즐기고 그런 게 없다. 식욕이 없는 편이라 음식도 있으면 그냥 먹는 편이라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디저트도 그냥 있는 것들을 먹는 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지내기에 두루두루 잘 지낸다. 현재 나와 친한 친구들도 성격이 잘 맞고 같이 있으면 좋고 즐거우니까 친해졌다. 이런 성격 때문인가 나는 취향이 딱히 없다. 노래도 그냥 듣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듣는다. 취미도 딱히 없다. 그래서 저런 질문들에 답을 하기가 더 어려운 듯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과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최근 MBTI를 모르면 현생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어딜 가도 MBTI를 묻고 심지어 MBTI로 궁합을 맞춰가며 맞지 않으면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을 피하는 경우도 봤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몇 가지 문항들로 그 사람을 어떻게 다 파악하는데?’라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크다. 어느 정도 통계학이니까 맞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MBTI에 맞게 그렇게만 행동을 하는 사람들(나는 ~니까 이래), 남의 MBTI를 보고 그 사람을 다 아는 듯 생각하는(~ 특이러이러함) 것이 매우 불쾌하고 싫다. (참고로 나는 MBTI 맹신자들은 거르는 편이다)  


내 MBTI는 ENFP이다. 주변에서 하도 검사를 하라고 해서 해봤더니 저게 나왔고, 여러 번 검사를 했는데도 결과는 같았다. 누구는 맞다 하고, 친한 친구들은 “아 얘 ENFP 아닌데 다른 건데”라고 말한다. (다른 게 어떤 건지 난 들어도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할 때, MBTI얘기가 안 나올 수 없는데, 그때도 몇몇은 내가 저 성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는 했다. 그들이 말을 할 때는 꼭 이렇게 말한다. “ 어? ENFP는 안 그러는데??” (이때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음..)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사람을 만났는데 서로 이상형과 간단한 이야기들을 얘기하는데 MBTI얘기가 나왔다. 나는 사전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말도 하고 MBTI도 내 것만 안다고 말을 했다. 근데 자기 MBTI를 말하면서 자기가 16가지 유형의 MBTI를 다 설명해주겠다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는데, 요즘은 이런 거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고 하시며 나에게 두 시간 넘게 강의를 해 주신 분이 있었다. 그땐 진짜 그 카페에서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요즘도 열심히 MBTI 놀이하시는 그분.. 한결같으시다) 그냥 이런 것들은 좋아하는 사람들만 즐기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원하는 질문만 듣고 답변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대부분의 상황이 불편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질 확률도 크다. 저런 질문들을 받았을 때, 정색을 하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기에 나만의 방식대로 답변을 하고 있다. MBTI에 관한 것은 앞으로도 관심 없이 살아갈 것이지만, 이상형에 대한 답변은 새로운 답변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매력 있는 사람을 거의 십 년 넘게 사용하다 보니 주변에서도 친구들도 다른 것은 없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진다. (관심 좀 꺼줘..)  


곤란한 질문에 답변을 생각해야 하는 인생.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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