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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것저것 Jul 11. 2022

네? 입원해야 한다고요?

우당탕탕 인생 첫 입원

최근에 몸이 크게 아파서 입원을 했다.


병원은 나와 거리가 먼 곳이었다. 건강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평소 잘 먹고, 면역력도 좋아서 항상 아프지 않고 살아온 나였지만, 작년 9월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크게 아프고 난 뒤, 잔병치레가 늘고 크게 아픈 일이 많아졌다.


한 달을 넘게 기침을 하고, 가끔 오르는 고열과 두통 등이 이어져서 결국 병원에 갔다. 자연적으로 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안 나아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 먹었다. 이주 정도 약을 먹고, 이제 약을 바꿔서 먹었는데 그 약의 성분이 몸에 맞지 않았는지 알레르기가 올라왔다. 정말 온몸에 붉게 올라와서 아침에 일어나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도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래서 바로 큰 대학병원을 가자고 했다. 사실 조금 무서웠다. 내 몸에 정말 큰 문제가 생긴 것 인가?라는 생각에 더 두려웠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피부과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다. 피부과에서 스테로이드와 피부를 가라앉히는 약을 받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면서 내 증상들을 이야기했다. (기침, 가래, 가슴이 꽉 막힘,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등)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건 호흡기내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진단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세 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늦은 오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선생님에게 증상을 말하고 상태를 말하니 생각보다 더 심한 상태라고 하셨다. 청진기를 내 몸에 대보고, 폐 검사들을 했는데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며 후후하는 거) 기침을 너무 해서 도저히 검사를 진행을 할 수 없었다.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다시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혈중 산소농도가 90이 나와서 선생님이 입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진료를 보러 왔다가 갑자기 입원까지 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병원 근무시간이 다 지나서 응급실로 가서 검사를 하고 입원실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응급실에 응급환자로 간 후, 격리실에서 여러 검사들을 진행했다. (피검사와 X-ray, CT촬영, 코로나 검사, 소변검사 등등) 검사들을 마치고 두세 시간 후, 호흡기내과 병동(MP였나?)에 자리가 있다 해서 밤 10시쯤 입원을 했다.(6/30 목요일 입원)


12층에 있는 병동에 올라가고, 옷을 갈아입고 엄마가 집에서 몇몇 짐을 가져와줘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 손등에 꽂혀 있는 링거 바늘, 불편한 침대, 어색한 환경, 딱딱한 베개, 덥고 습한 병실, 환자들의 비명과 섬망, 울부짖음, 기침소리 등 모든 것들이 내 신경을 자극했다. 그날은 단 한숨도 잘 수 없었다. 항생제와 링거를 계속 맞아서 화장실을 계속 갔고, 잠자리가 되게 예민한 나는 바뀐 환경과 수면장애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그렇게 새벽 5시가 되고 간호사분들이 불을 켜고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하루가 시작된다. 몸무게를 재고 X-ray를 찍고 아침을 먹고 씻고 기다리다 보면 선생님이 회진을 돈다. 그날은 기관지 내시경을 한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내시경이 맞다.. 이건 수면마취도 안되기 때문에 맨 정신에 ‘기도’로 내시경을 넣고 진행한다) 두려움 100으로 기관지 내시경을 진행했다. 부분마취를 하는 가글과 어떤 액체들도 정말 역겹고 구역질이 난다. 검사를 하면서도 마취를 하면서도 수없이 많은 구역질을 하고, 눈물 콧물 다 흘렸다.. 검사를 마치고 정말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검사라고 의사 선생님에게 말한 것 같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검사를 진행한 날은 금요일)  


병원에서의 일과는 정말 너무 심심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대학병원에서의 할 일이라고 친구들이 말해줬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다.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하다 보면 며칠이 간다.

간호사분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다. 아침 회진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큰 일과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는 링거 바늘이 꽂힌 손은 너무 욱신거려서 자유롭게 사용을 할 수 없었다. (바늘 꽂힌 채로 폰 하는 분들 존경..) 그래서 왼손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왼손으로 밥을 먹고 씻고, 물건을 들 때나 어디 이동을 할 때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병실분들이 너무 착하고 잘 챙겨 주셔서 밥그릇 치울 때 도와주셨는데 진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인류애 충전 뿜뿜 (5일째인가 되던 날 바늘을 왼손으로 바꿔서 오른손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진짜 천국이었다.)  


내가 입원한 병동은 폐, 호흡기 관련 병동이라 이 병동에는 기침소리와 가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내 병실은 의사 선생님도 말해주신 조금 더 시끄러운 병동이었는데 이어 플러그를 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소리에 적응하기까지 3일이 걸린 것 같다.. 6인실 병실이었고, 내 앞에 세분은 정말 심한 상태의 환자분들이었다. 다들 간병인과 가족이 번 갈아가며 간호를 진행하고 있었고, 말과 의사표현을 거의 못하시기에 답답함을 비명과 고함으로 표출하셨다. 병동 사람들이 다 착해서 자기의 환자가 아니더라도 다 케어해주고 이해해줬지만 계속되는 소리에 결국은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새벽 내내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밥을 먹는데 내 앞에 할아버지가 자꾸 밥을 먹기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그러시길래 내가 약간의 수화?를 섞어가며 말을 했다. 할아버지 밥 드셔야 얼른 낫고 집에 가신다고, 간병인 분도 되게 노력하면서 하시는 데 할아버지도 얼른 맛있게 드시고 약도 먹고 얼른 낫고 집에 가자고 말이다. 근데 간병인 말은 안 들으셨던 할아버지가 내 말을 듣고 손짓으로 나에게 말을 하며 밥을 드셨다. (병실 사람들도 아이고~ 애기 말은 또 듣네~ 하면서 나에게 잘했다고 했다) 그 뒤로 그 할아버지를 조금 더 챙겼던 것 같다. 말을 어눌하게 하셔서 최대한 알아들으려 노력했고 손짓으로 대화했다. 내가 간병인은 아니지만 괜히 챙겨야 할 것 같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할아버지는 치매가 심하게 오셨던 할아버지였다. 몇 가지 단어로만 말을 하셨고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하시는 할아버지였는데, 내가 샤워를 마치고 딱 가는데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셨다. 평소에는 ‘예예’라고 만 말을 하시는 데, 갑자기 젊은이라고 해서 병실 사람들도 다들 놀랬다. (아마 손주 뻘의 나이라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그래서 대답을 하고 할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물론 소통의 개념의 대화는 아니었다)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하셨고 나는 그걸 듣고 맞장구를 쳐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말을 하시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치료를 받을 때의 얼굴과는 상반되게 매우 밝으셨고 웃음이 멈추지 않으셨다. 그 뒤로 내가 병원에 있을 동안은 손주처럼 더 다가가서 괜히 이야기를 더 붙이고 말을 했다. 그냥 그게 내가 이 병동에서 해야 될 일인 것 같았다.(다들 오랜 시간 입원을 하고 간병을 하고 지쳐 있는 상황에서 약간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

6일간 입원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에 찾아와 준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기도 했고, 잠이 오지 않아 병원 침대에 누워 그냥 살아온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 등을 생각하기도 했다. 또, 병원에서 본 환자분들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인생 첫 입원이라 더 많은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나가면 정말 건강하게 살아야지, 관리하면서 살아야지 라는 생각도 커졌다. 병원을 평소에도 끔찍하게 싫어하고 무서워하지만 앞으로 주기적으로 검진도 받을 것이다.(예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가장 중요한 것! 이제는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갈 것이다. 처음에 아팠을 때 왔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괜히 병을 더 키워 와서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서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다.


요즘 코로나가 다시 성행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 방역 철저하게 하고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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