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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어색함,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따뜻함

by Babel

카메라를 손에 쥐기 시작한 그 시절, 모든 것이 어색했습니다. 기기의 무게도, 셔터 소리도, 눈앞의 풍경을 프레임에 담아내는 것조차 낯설었죠. 그날도 그렇게 별다를 것 없는 길을 걷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길가던 길’이었죠.



손에 익지 않은 이 조용한 기계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때, 한 마리의 강아지가 내 앞을 지나갔습니다. 포근한 털과 작고 빠른 걸음, 그리고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눈빛. 그 짧은 찰나가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고, 본능처럼 셔터를 눌렀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은 아니었어요. 구도가 살짝 어긋나 있고, 초점도 애매했죠.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제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낯선 도구와 아직 서툰 감각 사이에서도, 사진을 찍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인지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어색함도 참 소중했던 기억이에요. 모든 게 처음일 때는 마음이 더 예민하고, 순간순간에 더 집중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 작은 강아지와의 짧은 만남도 아직까지 제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도 무언가 처음 시작하던 때가 있으신가요? 그 순간의 감정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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